중국이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을 향해 야유를 퍼붓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퍼스트 도그가 죽자 애도를 표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모더나 백신 공급에 대한 불만이 더 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실패로 궁지에 몰린 차이 정권이 다시 힘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만을 경계하는 중국의 공세가 더 거칠어졌다.
차이 총통은 20일 바이든 대통령 트윗에 “동물 애호가로서 다른 동물 애호가의 상실감에 깊은 유감의 뜻을 전한다”고 리트윗했다. 백악관에서 키우던 퍼스트 도그의 죽음을 계기로 미국과 공감대를 넓히려는 의도다. 차이 총통도 반려견 두 마리를 키우고 있다. 지난해 9월 키스 크라크 미 국무부 차관이 대만을 찾았을 때 관저로 초청해 반려견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을 정도다.
특히 차이 총통은 이날 대만에 도착한 미국 모더나 백신 250만 회분이 천군만마나 다름없다. 중국의 백신 공급 제안을 거부한 사이 대만의 코로나19 확진자는 36일 연속 100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는 538명으로 치솟았다. 이에 대만 국민당 인사들은 “중국 백신을 외면하고 자신의 정치적 이익만 도모하다 대만 주민들을 위험으로 몰고 갔다”며 차이 총통을 고발한 상태다.
중국은 차이 총통의 트윗을 물고 늘어졌다. 대만은 앞서 일본이 지원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15일부터 접종하고 있다. 하지만 이틀 만에 접종자 12명이 숨진 것을 포함해 67명이 목숨을 잃었다. 환구시보 등 중국 매체들은 21일 “차이 총통이 대만인들의 죽음에 대해 사과한 적 있나” “대만 주민들보다 바이든의 개가 더 중요한가”라는 네티즌의 노골적 비판을 여과 없이 옮겨 실었다.
특히 대만을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발톱”이라고 지적하며 “미국이 반도체 공급과 무기 판매 등 반대급부를 노려 백신으로 대만을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과 대만 모두 전염병을 정치화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중국은 거침없던 ‘백신 외교’에 제동이 걸릴까 우려하고 있다. 5월 기준 대만인 6만2,000여 명이 본토에 건너와 중국 백신을 맞았지만 미국의 물량 공세에 밀려 흐름이 끊길 가능성이 높다. 전 세계 개도국에서 중국 백신이 위세를 떨치는 반면, 중국과 마주보고 있는 대만에서는 철저하게 외면당해 체면을 구겼다. 주쑹링(朱松嶺) 베이징연합대 대만연구원 양안연구소장은 “미국이 대만에 백신을 제공한 건 중국의 영향력에 맞서기 위한 백신 외교의 일환”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이 제대로 맞불을 놓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