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는 금메달!”…17년 만에 金 노리는 탁구 대표팀, 막판 담금질

입력
2021.06.21 17:36
올림픽 한 달여 앞두고 실전대회 개최
주장 이상수 "목표는 항상 금메달…모두 쏟아붓겠다" 
막내 신유빈도 "쩌는 모습 보여드릴게요" 당찬 포부

긴장감 넘치는 랠리 끝에 조승민(국군체육부대)이 허를 찌르는 백핸드를 날렸다. 하지만 대표팀 주장 이상수는 그 한 점도 쉽게 빼앗기지 않았다. 순간 왼손으로 바닥을 짚으며 몸을 낮춰 스매싱으로 받아쳤다. 숨죽이며 경기를 보던 코치와 기자들 사이에서도 탄성이 터졌다.

17년 만의 올림픽 금메달을 노리는 탁구 대표팀의 막판 담금질이 시작됐다. 대한탁구협회는 올림픽을 한 달여 앞둔 21일 경북 문경 국군체육부대 체육관에서 석정도시개발컵 실전대회를 개최했다. 남자 이상수(삼성생명) 정영식 장우진(이상 미래에셋증권), 여자 전지희(포스코에너지) 최효주(삼성생명) 신유빈(대한항공)으로 구성된 대표팀이 안재현(삼성생명) 이시온(삼성생명) 등 P카드 멤버를 주축으로 한 B팀과 대결하는 가상 실전대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한동안 대회에 나가지 못한 대표팀 선수들을 위해 협회가 마련했다. 테이블, 매트, 펜스 등 모든 환경이 도쿄와 흡사하다. 자칫 긴장감이 떨어질까 총 3,000만원의 상금도 걸었다.

이날 격려 방문한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의 주인공 유승민 대한탁구협회 회장은 “올림픽에 가면 첫 게임, 첫 포인트가 너무 떨린다. 그것을 넘어서야 한다. 그 타이트한 긴장을 이번 대회에서 먼저 연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공격에 굉장한 장점이 있다. 올림픽처럼 큰 대회일수록, 팍팍 치고 들어가면 상대가 부담스러워한다. 그 장점을 살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의 메인 경기는 대표팀 이상수-전지희(세계랭킹 5위)와, 조승민-주천희의 혼합복식 결승전이었다. 지난달 올림픽 티켓을 따낸 혼합 복식 종목은 탁구에서 가장 메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올림픽에서 처음 도입돼 아직 절대 강자가 없다. 유 회장은 “1회전에서 탈락할 수도, 금메달을 딸 수도 있는 종목”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처음이어서 서로 데이터가 없다. 이를 잘 이용하면 중국도 1회전에서 탈락할 수 있다”며 “상대에 따라 전략을 바꾸며 신중하게 플레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기는 이상수-전지희의 4-0 승리로 끝났다. 이상수는 “진짜 오랜만에 시합 같은 시합을 했다.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며 “항상 목표는 금메달이다. 잘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올림픽이 기대되고, 기다려진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다. 솔직히 쉬운 상대는 어느 팀도 없다. 첫 게임부터 연습했던 모든 것을 다 쏟아부어야 한다. 한발씩 가다 보면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대표팀의 막내이자 ‘비밀 병기’로 불리는 신유빈은 “쩌는(대단한) 모습을 보여드릴게요”라며 당찬 각오를 밝혔다. ‘쩔어’는 ‘대단하다’는 의미의 속어다. 첫 올림픽을 앞둔 신유빈은 긴장될 땐 방탄소년단(BTS)의 노래 ‘쩔어’를 들으면 된다고 했다. 그는 “도쿄에서는 ‘쩔어’라는 노래를 들을 거다. 긴장될 때 그 노래를 들으면서 ‘쩔어, 쩔어’ (속으로 따라)하면 ‘나 좀 쩐다’는 생각에 긴장이 풀리는 거 같다”며 꺄르르 웃었다.

우승 세리머니를 준비했냐는 물음에는 “아직은 안 했다. (시합) 전날 생각해보고 (메달을) 따면 보여드리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여자팀 주장 전지희는 “신유빈은 어디까지 성장할지 모르는 선수다. 상대 팀들도 다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대표팀 모두 메달을 목표로 후회 없는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경기는 혼합복식을 비롯해 남자단식 8강, 여자단체전까지 이변 없이 올림픽대표팀 선수들이 승리했다. 협회는 도쿄 출국 일주일 전인 7월 9~10일 2차 실전대회로 도쿄행 준비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문경 최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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