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에 물이 찼는데… " 활액막염, 조기 약물·주사 치료하면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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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19 05:50

이모(56ㆍ여) 씨는 얼마 전부터 왼쪽 무릎에 시큰거리는 통증과 부종으로 무릎을 펴기 힘들었다. 며칠 지나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싶어 지켜봤지만 증상은 호전되지 않았다. 눈으로 보기에도 한쪽 무릎만 유난히 퉁퉁 부어 절뚝거려야 했고, 만지면 물컹물컹한 느낌이 들었다. 무릎에 무슨 큰일이라도 생긴 거 같아 마음을 졸이며 병원을 찾은 이 씨는 ‘무릎 활액막염’ 진단을 받았다.

무릎관절 윗뼈와 아랫뼈 사이에는 공간(관절강)이 있다. 관절강에는 관절 운동을 할 때 연골 마찰과 마모를 줄여주기 위해 활액으로 채워져 있다. 활액은 연골에 영양분을 공급하고 관절의 윤활 작용을 돕는다. 이 같은 작용을 하는 곳이 ‘활액막’이다.

활액막은 무릎의 두 뼈를 단단하게 감싸주는 관절낭 안쪽에 얇은 막 형태로 형성돼 있다. 그런데 활액막이 세균 감염ㆍ외상ㆍ염증ㆍ종양 등 다양한 원인으로 자극을 받으면 무릎을 보호하기 위해 활액이 과다 분비되면서 붓는다. 흔히 “무릎에 물이 찼다”고 표현하는데 이를 ‘무릎 활액막염’이라고 한다

이 씨처럼 40~60대 중년 여성의 경우 작은 충격이 반복적으로 가해지면서 생기는 연골 손상에 의해 떨어져나간 뼈 조각이 가루처럼 돌아다니며 무릎 활액막염을 일으킬 때가 많다. 특히 집안 일을 하는 주부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일반 무릎관절염은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무릎관절을 사용할 때 유독 통증이 심해지는 반면 무릎 활액막염은 움직임에 관계없이 가만히 있어도 아프다. 평소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반복해서 걸으면 무릎관절이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손상돼 활액막염이 나타날 수 있다.

송상준 경희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무릎관절을 보호하려면 오르막에서는 상체를 앞으로 약간 숙이고 걸음걸이는 작게 하고, 내리막에서는 무릎을 좀 더 많이 굽혀 무게중심을 낮추는 게 좋다”고 했다.

무릎 활액막염을 일으키는 원인은 다양하다. 무릎 과다 사용이나 반복적 노동, 스포츠 등으로 인한 십자인대 파열이나 연골판 손상 같은 외상성 질환, 류마티스 관절염ㆍ퇴행성 관절염 같은 염증성 질환, 활액막이 세균에 감염돼 생기는 화농성 관절염 등으로 무릎에 물이 찰 수 있다.

무릎에 물이 차면 아프고, 다리가 무겁게 느껴지고, 부종이 생기거나 열감이 나타난다. 무릎을 구부리거나 체중을 실을 때 무릎이 아파 운동 범위가 줄어들 수 있다. 무릎에 물이 많이 찰수록 더 많이 붓고, 부은 쪽 다리와 붓지 않은 쪽 다리를 비교하면 눈으로 보기에도 많이 차이가 난다.

무릎에 물이 차면 활액막이 자극을 받아 통증으로 걷기조차 힘들어진다. 이를 방치하면 빨리 연골이 닳아 무릎이 빨리 손상된다. 관절 기능과 안정성이 떨어져 무릎 관절 주변 구조물도 쉽게 망가진다.

따라서 무릎에 물이 많이 차면 무릎 내부 압력을 줄이기 위해 무릎에 찬 물을 빼야 한다. ‘무릎에 찬 물은 한 번 빼면 계속 빼야 한다’고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약물이나 주사 치료하면 무릎 활액막염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

스포츠 등을 하다가 다쳐서 생기는 외상성 활액막염은 소염항생제 등으로 보존적 치료를 하지만 심하면 관절 내시경으로 활막절제술술을 시행한다. 활막절제술은 내시경을 이용해 모니터를 보며 0.5㎝ 정도 활막을 제거하는 시술로, 정상 조직을 거의 손상을 주지 않아 통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

세균에 감염돼 생기는 화농성 무릎 활액막염은 무릎에서 물을 빼낸 뒤 세균 검사를 해서 항생제로 빨리 치료해야 한다. 활막염이 퍼지면 부근 골조직까지 감염돼 골수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허재원 바른세상병원 관절클리닉 원장은 “무릎에 물이 차는 원인이 감염(화농성 관절염)이나 외상(십자인대 파열, 연골판 손상 등)에 의한 것이라면 항생제 투여나 내시경 수술을 할 수도 있기에 전문의에게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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