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대학원도 미달인데...학부 정원 줄이는 대신 대학원 늘리라는 교육부

입력
2021.06.1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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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있는 A사립대는 수년 전 일반대학원 입시에서 학과별 모집정원 공고를 없앴다. 학과별로 경쟁률과 합격선이 들쭉날쭉하고 일부 학과는 충원율이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학원 전체 모집정원만 정해둔 채 학생이 실력만 된다면 어느 학과를 지원하든 일단 다 뽑기로 했다. 인기학과 진학을 염두에 두고 우수한 신입생이 대거 몰릴 거라고 대학 측은 기대했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이 대학 B 교수는 “이 제도를 시행하고도 대학원 신입생 모집정원을 채운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며 “학령인구가 줄어 명문대도 대학원은 신입생을 채우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현실은 이런데 정부는 대학들에 학부 정원을 줄이라면서 대학원생 증원을 '당근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교육계에선 현장을 모르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 주요 대학원 신입생 충원율 86.1%"

18일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2016~20년 대학원 충원율’ 자료에 따르면 이 시기 서울 주요 16개 대학의 대학원 신입생 충원율은 5년 평균 86.1%(정원 내 선발 기준)에 그쳤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교육부가 학부생 선발 때 정시 비중을 늘리라고 권고했던 대학들이다. 신입생 충원율은 입학정원 대비 실제 입학생 수의 비율을 뜻한다. 로스쿨 같은 전문대학원과 특수대학원을 제외한 일반대학원 신입생 충원율은 이보다 더 낮아 5년 평균 85.3%에 그쳤다.

주요 16개 대학 대학원 신입생 충원율은 △2016년 87.4% △2017년 85.9% △2018년 84.8% △2019년 84.4%로 해마다 떨어졌다. 그나마 지난해 충원율은 87.6%로 소폭 상승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해외 유학길이 막힌 학생들이 국내 대학원 진학으로 진로를 바꾼 영향으로 풀이된다. 심지어 서울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대 일반대학원 신입생 충원율은 △2016년 85.7% △2017년 84.3% △2018년 79.2% △2019년 77.2%로 감소하다 지난해 80.4%로 소폭 상승했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라는 것...무책임하다"

문제는 정부가 이들 대학에 대학원 정원을 도리어 더 늘리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올해 초 지방대가 대거 신입생 미달 사태를 빚자 지난달 교육부는 학부생 충원에 어려움이 없는 서울권 대학들에게 대학원생을 더 뽑으면서 학부 인원을 줄이도록 하는 유인책을 내놨다.

교육부 관계자는 “외국의 유명 연구중심 대학들에 비해 국내 주요 대학들은 학부생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면서 “현재 학부 정원 1.5명을 줄이면 대학원 정원 1명을 늘려주는데, 이를 1대 1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원생 등록금이 더 비싸고 연구인력으로도 활용할 수 있으니 대학들이 이를 '당근책'으로 여겨 학부 정원을 적극적으로 줄이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러니 대학가에선 교육부가 학부와 마찬가지로 대학원도 정원을 못 채우는 현실조차 모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의 또 다른 사립대 C 교수는 “심각한 대학원생 취업난을 감안하면 정부 방안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라는 것”이라며 “당장 학부 정원 줄이자고 평생 공부를 업으로 삼을 대학원생을 무턱대고 늘려 뽑으라는 건 무책임하다”고 질타했다.

정원 숫자만 더하고 빼는 식의 단기적 처방은 지방대 미달 사태의 궁극적 해법이 될 수 없다는 게 대학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같은 사립대의 D교수는 “부실 대학에 안정적 퇴출 기로를 열어주고, 정리해고된 교수들을 인근 대학에 취직시켜 교수 1인당 학생 수를 줄이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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