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호정 비난의 민낯

입력
2021.06.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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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타투 퍼포먼스’에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치르는 대가는 비정상적이다. 성희롱성 막말과 인신공격은 옮길 수도 없다. “민생이나 챙기지 입법 할 게 그렇게 없냐” “법안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실종되고 류호정 논란만 남았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미 발의했는데 공을 가로챈다” “일은 안 하고 쇼만 하냐” 등의 비판이 이어진다. 안 예쁜 타투여서, 진짜 타투가 아닌 타투 스티커여서 문제라는 기이한 주장도 이름이 알려진 인플루언서들의 입에서 나온다.

□ 비판의 근거는 취약하다. 타투 법안은 타투이스트와 반영구 화장사의 생계가 달린 민생 입법이 맞다. 타투이스트가 처벌을 우려하거나 이를 악용하는 고객의 행패에 시달리지 않도록, 고객은 안전한 시술을 받도록 하는 것은 국회의 임무다. 타투가 불법이라는 사실도, 박 의원이 먼저 법안을 발의한 사실조차 퍼포먼스 이전에는 많은 이들이 알지 못했다. 대중과 국회의 여론을 환기함으로써 수면 아래에 있던 의제가 입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으니 류 의원은 제 할 일을 한 것이다.

□ 대리게임 전력과 ‘자격 없는 의원’ 비판도 빠지지 않는다. 류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삼성전자의 하청업체 기술 탈취를 밝혀내고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낸 것을 보았다면 더 이상 그의 실력을 의심할 수 없다. “쇼만 하냐”는 이들은 류 의원이 손실보상법 소급 적용을 위해 50일간 국회에서 농성한 사실도 모를 것이고 알려 하지도 않을 듯하다. “노회찬의 정의당이 아니다”라는 댓글도 보았는데 삼성 X파일을 폭로하고 의원직을 잃었던 고 노회찬 의원은 분명 류 의원을 지지했을 것이다.

□ 류 의원이 퍼포먼스를 자주 하기는 했으나 목적이 뚜렷한 의정의 일부였고 효과적이었다. 자체 의석으로 법 통과나 의제 선점이 어려운 소수 정당 입장에선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이토록 과한 비판·비난은 실상 타투, 젊은 여성, 소수 진보정당에 대한 편견의 발현으로밖에 볼 수 없다. 그저 타투가 싫거나, 나대는 젊은 여자를 못 봐주겠다거나, 또는 정의당이 민주당 뒤에 얌전히 있지 않은 게 불편하다는 인식이 류호정 비난의 진짜 이유가 아닐까.

김희원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