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 "문재인 정권, 남은 임기 가던 길 그대로 가자는 건 위험"

입력
2021.06.18 14:00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 라디오 인터뷰
"윤석열의 적폐수사 때 박수쳤던 사람들
조국 수사 땐 180도 돌아서 '쿠데타' 규정"
"1년 동안 비정상적 방법으로 쫓아내려다
윤석열을 대권주자로 우뚝 서게 만들어"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대권주자 반열에 올린 것은 현 정권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으로, 90%는 그들이 만든 것"이라고 평가했다.

강 교수는 최근 7년 만에 복간한 비평지 '인물과 사상'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소통과 내부 비판이 닫힌' 현상의 원인을 찾고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강 교수는 18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부상한 원인을 정권의 '내로남불'과 '선악 이분법'적 사고에서 찾았다.

강 교수는 먼저 윤 전 총장을 대하는 정권의 이중적 태도, 즉 내로남불을 지적하며 "윤 전 총장의 방식에는 변함이 없었지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수사 대상이 되자 '8·27쿠데타'로 명명하는 등 태도가 180도 돌변했다"고 말했다.

그는 "윤 전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서 적폐수사를 할 때 자살한 사람이 4명이었다"며 "그때 진보 진영 쪽에서 단 한 번도 '수사가 거칠다', '특수부 문제 있다', '검찰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나"고 반문했다.

이어 "조 전 장관 수사 당시 '우리에게도 책임이 있고 저분의 공명심을 너무 키워놨구나' 이렇게 출발을 했다면 문재인 정부에 치명적인 타격은 안 됐을 것"이라며 "검찰 수사를 쿠데타로 규정한 것은 '누워서 침뱉기'"라고 했다.

또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고 윤 전 총장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1년 넘게 사태를 방관한 대통령의 리더십을 문제 삼았어야 했다"고도 덧붙였다

"적폐수사 때 윤석열 비판한 내부 인사 있었나"

강 교수는 "애초에 윤 전 총장을 대할 때 10대 0의 '악마'가 아니라, 6대 4, 7대 3, 8대 2의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면 국민적 공감을 얻고 지지를 받으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며 선악 이분법적인 사고를 지적했다.

윤 전 총장이 문제가 있고 잘못이 있었다는 것은 일정 정도 동의하지만, 선악 이분법에 갇힌 탓에 그 이상의 매를 때렸다는 것이다. 윤 전 총장이 대권주자 반열에 오른 것은 그 결과라는 것이 강 교수의 판단이다.

그는 "1년 넘게 비정상적이고 무리한 방법으로 쫓아내려고 하면서, 그게 가장 중요한 의제가 돼 이 사회를 집어삼켰고, 그렇게 해서 윤 전 총장이 대권주자의 반열에 우뚝 섰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권과 추 전 장관의 공이 90%라고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윤 전 총장이 처음부터 정치 생각이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 "어이가 없다"고 했다.

"윤석열을 단순히 악마화... '61년 체제' 지속돼"

강 교수는 윤 전 총장을 둘러싼 갈등에 비춰 판단할 때 우리 정치는 '61년 체제'에 머물러 있다고도 진단했다. "역대 독재정권들이 민중인사를 탄압했을 때의 모델이 작동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열성 지지자들과의 대화가 막히는 대목이 '적폐청산'이라고 했다. 그들은 적폐를 청산할 때도 부드럽고 정당하고 절차적 정의를 지켜야 한다는 것을 소홀히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는 "인간 세계의 복잡성을 몰라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복잡하게 생각하면 초점이 흐려지니까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강 교수는 가장 큰 문제는 정치권의 이분법이 정치 팬덤과 일반 시민의 삶을 물들이고, 정치권은 그런 시민의 눈치를 보는 악순환이라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대선의 시대 정신은 '61년 체제의 종언'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민심의 반사체' 역할 제대로 해 왔는가"

강 교수는 윤 전 총장에 대해 "책에서도 부정적으로 본다고 했다"며 "최재형 감사원장을 포함해 사정 성격의 국가 기관에 있던 분들이 곧장 대선에 출마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윤 전 총장에게 '발광체가 아니라 반사체'라고 비판하는 말이 우습다고 했다. '나는 발광체가 아니라 반사체다'는 말을 남긴 사람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강 교수는 "노 전 대통령께서 국민이라고 하는 무시무시한 민심을 반영하는 반사체가 되겠다는 의미로 그 말을 했다"며 "현 정부는 국민 민심을 반영하는 반사체 역할을 제대로 해 왔는가"라고 되물었다.

"지도자는 마지막 장면으로 기억돼" 협치와 소통 당부

강 교수는 현 정부에 9개월여의 남은 임기 동안 '협치와 소통'을 하길 강조했다. 특히 이철희 정무수석이 야당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거론하며 "이런 분들을 중요한 자리에 몇 분 더 쓰시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보통 지도자를 생각할 때 마지막 장면으로 기억하고 평가한다"며 "야구 명언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는 걸 생각하고 엄정하게 성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4년이 넘었는데 이제 와서 전환하는 건 늦지 않았나, 가던 길대로 가보자'는 생각은 정말 위험하고 잘못됐다고 본다"는 경고를 남겼다.

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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