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가 체포된다. 두 여성을 살해한 혐의다. 법정에 선 그는 갑자기 100명을 더 죽였다고 자백한다. 경찰은 여죄를 묻는다. 수법이 비슷한 미제 사건이 있어서다. 살인자는 술술 다른 범죄를 인정한다. 경찰은 화들짝 놀란다. 그럼 혹시 이 사건도? 실마리를 찾지 못하던 살인사건에 대해 물을 때마다 살인자는 자신의 행위로 인정한다. 전대미문의 살인자 헨리 리 루커스의 만행이 만천하에 들어나는 순간. 다큐멘터리 시리즈 ‘살인자의 고백’은 1983년 미국을 들썩이게 했던 살인마의 행각을 들여다 본다.
루커스가 범죄를 실토할 때마다 살인 건수는 늘어갔다. 전국에서 미제 살인 사건에 대한 문의가 쇄도했다. 루커스는 대부분 인정했고, 그렇게 해서 그가 죽였다고 확인된 사람은 200명. 텍사스주 경찰은 전담팀을 꾸려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다. 희대의 살인범에 의해 희생된 이가 더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세상은 그를 혐오하면서도 알려지지 않은 그의 살인이 더 있는지 주목했다. 루커스는 록스타처럼 일약 유명 인사가 됐다. 전담팀을 이끌며 루커스의 여죄를 파악하는 유명 경찰은 피해자 수가 늘수록 명성이 더욱 높아졌다.
루커스는 연쇄 살인마의 면모를 갖췄다. 어렸을 때 모친에게 학대를 받았고, 결국 자신에게 모질게 굴던 모친을 살해한 전과자다. 정신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기도 하다. 모친을 죽인 전력에다 정신상태도 정상이 아니라는 인식이 겹치면서 그는 악마와 결탁한 범죄자로 간주됐다.
루커스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살인마 자리를 차지하지만 의문은 남았다. 루커스는 자신이 저질렀다는 범죄에 대해 워낙 상세히 서술을 하지만 가끔씩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다. 루커스의 범죄 동선에 의문이 일기도 했다. 거리가 많이 떨어진 곳에서 이틀 사이 살인을 잇따라 저지르기도 했다. 한 곳에서 살인을 저지른 후 한시도 쉬지 않고 하룻밤을 차로 달려가야 만 닿을 수 있는 곳에서 바로 또 몹쓸 짓을 한 셈이었다.
경찰과 대화하고 나면 술술 여죄를 털어놓는 것도 수상했다. 경찰이 미리 사건 개요를 알려주면 이를 루커스가 입으로 옮기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만했다. 루커스가 진술을 뒤집는 경우도 발생했다. 지능지수가 80 정도인데 신출귀몰 행적으로 경찰들을 따돌리고 과연 200명을 살해할 수 있냐는 의문도 나왔다.
마커스의 범죄 건수는 부풀려진 것이었다. 평생 동안 사회 음지에서만 살았던 마커스는 세상이 자신을 살인마로 주목하자 우쭐했다. 온정을 느껴본 적이 드물었을 그였기에 경찰의 인간적인 대우에 보답을 하고 싶었던 심리도 있었던 듯하다. 다큐멘터리는 경찰이 따스한 커피와 구수한 담배를 ‘대접’한 직후엔 마커스가 어김없이 여죄를 털어놓는 것에 주목한다. 그가 고백하는 살인건수가 늘수록, 구치소 내 그에 대한 대우가 좋아진 점도 놓치지 않는다. 다큐멘터리는 실적을 올리고 싶은 경찰의 과잉 의욕, 누군가를 단죄하고 싶었던 희생자 가족의 열망, 사회적 실패자로서의 면면을 두루 갖춘 마커스에 대한 대중의 혐오,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미치광이 살인마가 실제 존재했으면 하는 대중의 광기가 어우러져 마커스를 희대의 살인마로 만들었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