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고사한 금강소나무

입력
2021.06.2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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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의 색깔이 붉은 주목(朱木)나무는 목질이 단단해 ‘살아서 천 년, 죽어서 천 년 간다’고 한다. 금강소나무도 재질이 단단하고 잘 썩지 않아 이 같은 대우를 받는다. 하지만 최근 금강송 군락으로 이름난 경북 울진군 소광리 숲에는 하얗게 말라버린 금강송들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울창한 삼림 속에서 생기를 잃은 금강송 고사목들을 보니 그동안 얼마나 큰 고통을 겪었을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이런 고사목들은 주로 해발고도가 높은 곳에서 발생하는데 ‘기후 위기’가 그 원인이라고 한다. 특히 소광리는 최근 몇 년간 더 가혹한 환경 변화를 겪었다. 원래 이곳은 겨울철에 눈이 많이 내렸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적설량이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금강소나무에 수분공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 때문에 탄수화물이 부족해지면서 소나무들이 말라 죽게 되는 것이다.

이곳을 관리하는 국립 소광리 산림생태관리센터 신재수 팀장은 금강소나무의 고사 현상과 관련 “기후변화 적응사업 및 모니터링, 내건성 종자 확보 등 보전대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앙상해진 금강송은 되살릴 수 없어 안타까웠다. 부디 살아남은 금강소나무들은 산림관리원들의 보살핌을 받아 웅장한 옛 자태를 되찾기를 바란다. 우리 민족에게 위안과 희망을 주었던 금강송의 ‘사명’은 대대손손 이어져 가야만 한다.



왕태석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