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머리를 감다가 쓰러져 사망했으나 30년 뒤에야 순직 처리된 군인의 유족이 순직 처리 지연으로 4억 원가량 손해를 봤다며 국가에 책임을 묻는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22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6부(부장 황순현)는 군 복무 중 사망한 A씨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육군 제1군단 소속 병장이던 A씨는 1976년 8월 27일 머리를 감다가 갑자기 쓰러져 응급 후송됐다. 수술을 받고 결과도 좋았으나 두 달 뒤쯤 갑작스런 호흡장애와 혈압상승이 발생하면서 결국 사망했다. 당시 보호자들이 부검을 거부해 정확한 병명은 확정되지 않았다.
A씨는 병사로 처리됐지만 유족이 뒤늦게 진정을 제기하면서, 육군본부 심의위원회는 2007년 8월 그를 순직으로 인정했다. 심의위는 당시 "A씨가 수술 후 갑작스러운 호흡 곤란으로 사망한 정황에 의하면 폐색전증일 가능성이 높다"며 "폐색전증은 큰 수술 후 발생 가능한 질환으로 당시 의료 환경 및 의료 수준을 고려했을 때 진단 및 치료에 제한이 있어 사망과 군 복무와의 연관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A씨에 대한 순직이 인정되자, 유족은 소멸시효가 지나 받지 못한 순직 후 사망보상금과 보훈 혜택 관련 지연손해금을 국가가 지급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국방부가 사망 당시 A씨를 순직으로 인정하지 않은 것은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 사망 당시엔, 사망 원인이 진상규명 불명일 경우 이를 순직으로 인정할 근거 조항이 없었다"며 "사후에 국방부 내부적으로 순직을 넓게 해석했다고 해서, 사망 당시 순직 결정을 안 한 것이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머리를 감다가 갑자기 쓰려져 의식불명돼 응급후송했다는 내용으로 발병경위서가 작성돼 있을 뿐이라, A씨가 군무수행이나 교육 훈련 중에 발병한 것으로 볼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