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셀만 밟았어도..." 송영길, 광주 붕괴사고 버스운전사에 책임 전가?

입력
2021.06.17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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宋 "위험건물 정류장 앞 방치 지적" 해명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또 구설에 올랐다. 9일 발생한 광주 재개발사업 철거 건물 붕괴 사고와 관련, 다수의 희생자가 나온 버스운전사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이다. 야당은 사고를 야기한 구조적 원인은 외면한 채 피해자를 2차 가해했다며 날을 세웠다. 송 대표는 버스정류장을 철거현장에 그냥 방치한 문제를 지적한 것이라며 진의가 왜곡됐다고 해명했다.

송 대표는 1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광주 학동 건축물 붕괴사고 대책 당정협의에서 “운전자의 본능적 감각으로 뭐가 무너지면 액셀러레이터만 조금 밟았더라도 사실 살아날 수 있는 상황”이라며 “하필 버스정류장 앞에 이런 공사 현장이 돼 있었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이 알려지자 정치권에선 인명피해 책임을 버스운전사에게 전가하는 것이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황보승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구두논평을 통해 “광주 붕괴 참사 피해자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2차 가해나 다름없는 망언”이라면서 “참사 책임을 애꿎은 피해자에게 전가하지 말라”고 직격했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집권당 대표의 문제 인식이 이 정도 수준인가”라며 “불법 다단계 하청구조가 만든 구조적 참사를 두고 시내버스 운전자를 탓할 생각을 어찌 상상해내는가”라고 맹비난했다.

잡음이 커지자 송 대표는 버스운전사 개인을 탓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고 즉각 진화에 나섰다. 그는 이날 오후 취재진과 만나 “버스정류장 앞에 위험한 5층 건물 해체 작업을 방치하고 있었느냐고 광주 동구청장을 질책하는 이야기”라며 “버스 기사를 비난한 것이 아니라, 위험한 건물이 대로에 방치되면 안 되는데 바로 앞에 방치한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송 대표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사회적 공기라는 언론이 사회적 총기로 작동하는 현실을 직접 당했다"고 분개하며 "이와는 별도로 잘못된 보도를 통해 마음의 상처가 컸을 피해자와 유가족께 죄송하다"고 밝혔다.

송 대표는 그간 여러 차례 말실수로 입길에 올랐다. 그는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으로 떠나기 하루 전 “미국은 흠결이 있는 민주주의 국가로 2등급 판정을 받았다”고 해 논란을 자초했다. 이달 9일에도 국민권익위원회가 내놓은 민주당 의원들의 부동산 거래내역 전수조사 결과를 “부실 조사”로 치부해 거센 질타를 받았다.

강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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