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손가락 경례' 미얀마 축구대표, 일본망명 신청

입력
2021.06.17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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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 미얀마 자택 급습, 귀국 시 생명위협" 주장
일본 정부 "망명 신청 이유 청취 후 결정할 것"

일본에서 열린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최종 예선에 참가했던 미얀마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가 현지에서 망명을 신청했다. 앞선 경기에서 미얀마 쿠데타 군부를 반대하는 의미의 '세 손가락 경례'를 해 귀국 시 탄압이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17일 NHK방송 등에 따르면 미얀마 축구 국가대표팀 골키퍼 피 리앤 아웅(27)은 전날 일본 간사이 공항에서 "미얀마로 돌아가지 않고 남아 난민 지위를 신청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28일 일본과의 예선전 생방송에서 세 손가락 경례를 한 이후) 군부가 미얀마 내 자택에 들이닥쳤다"며 "미얀마로 돌아갈 경우 목숨이 위험할 수 있다"고 망명 이유를 설명했다. 아웅은 이날도 현지 취재진 앞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미얀마의 상황을 알려야 한다"며 재차 세 손가락 경례를 했다.

일본은 미얀마의 최대 개발원조국이자 네 번째로 큰 투자국이다.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정부는 아웅의 바람을 청취한 뒤 이 문제를 적절하게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법무성은 매년 소수의 망명 신청만 받았지만 5월 미얀마 쿠데타 이후에는 비자가 만료된 일본 내 미얀마인들의 체류를 한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망명 신청자 역시 비자 만료자와 마찬가지로 난민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일본 내 거주가 가능하다.

아웅은 지난달 28일 도쿄 인근 지바시에서 열린 일본과의 월드컵 지역 예선전 당시 세 손가락 경례를 해 이목을 끌었다. 세 손가락에는 '우리는 정의를 원한다'(WE NEED JUSTICE)는 문구도 쓰여 있었다. 미국 영화 '헝거게임'에서 유래된 세 손가락 경례는 지난해 태국 민주화 운동과 올해 미얀마 반(反)군부 시위에 저항의 상징으로 활용되고 있다.

미얀마 축구 국가대표팀의 반군부 성향은 예선전 이전에 이미 표출된 바 있다. 대표팀의 간판인 수비수 조 민 툰과 공격수 쪼 코 코 등 대표팀 정규 멤버 절반가량이 소집 명령에 불응한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군부는 대표팀을 구성해 일본으로 보냈지만, 이들은 경기 전 국가를 부르지 않았다. 미얀마팀은 일본에 10대 0으로 지면서 최종예선 진출에 실패했다. 군부는 아웅의 망명 신청 소식에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