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마이웨이 여름' 보낼 듯... "여야 협공 피해 내 갈 길로"

입력
2021.06.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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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7일 “여야의 협공에 일절 대응하지 않고 내 갈 길만 가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X파일' 운운하는 더불어민주당은 물론이고 입당을 압박하는 국민의힘까지 자신을 흔들고 공격하는 세력으로 규정한 것이어서 정치권이 술렁였다.

중도와 합리적 진보, 이탈민주층(더불어민주당 지지를 철회한 유권자)을 아우르겠다고 선언한 윤 전 총장은 이번 발언을 계기로 당분간 국민의힘과 거리를 둘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은 이동훈 대변인을 통해 '큰 정치'를 향한 '내 갈 길'에 집중하겠다는 메시지를 냈다. “국민을 통합해 국가적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큰 정치만 생각하겠다”며 “국민이 가리키는 대로 큰 정치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큰 정치'란 우선 '국민의힘에서 하는 정치'의 반대 개념으로 해석된다.

이번 메시지엔 국민의힘에 대한 불만이 녹아 있다. 국민의힘은 윤 전 총장을 '모셔 가야' 할 입장이지만, 이준석 당대표는 연일 '고자세'다. "대선은 특정인을 위해 치러지는 이벤트가 아니다”며 8월 시작될 당내 대선후보 경선에 맞춰 입당할 것을 요구하고, 언론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은 아마추어 티가 나고 준비가 안 된 모습"이라며 박하게 평했다.

'큰 정치'는 이 대표의 '새정치'와 대비되는 개념이기도 하다. 윤 전 총장 측은 이 대표 취임 이후 '큰 정치와 새정치의 시너지 효과'를 강조했다. 윤 전 총장이 "큰 정치만 생각하겠다"고 못박은 것은 국민의힘 입당이 당장의 선택지가 아니라는 뜻이다. 이 대변인은 "윤 전 총장은 함부로 움직이지 않고 태산처럼 무겁게 움직일 것"이라고 했다.

윤 전 총장은 이르면 이달 말 혹은 다음 달 초에 대권 도전을 선언한 뒤 한동안 외곽을 돌면서 몸집을 키우고 8, 9월쯤 국민의힘 입당 여부와 방식을 본격적으로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시간을 끌면서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룰을 최대한 유리한 방향으로 유도하고, 지지율이 미미한 야권 대선주자들과 맞붙는 것을 피하겠다는 전략이다.

무엇보다 '국민의힘 대선주자'가 되는 순간 지지율이 훅 꺼질 수 있다는 걱정이 크다. '적폐 잡는 검사'였던 윤 전 총장이 '적폐 꼬리표가 붙은 정당'과 손잡는 모양새 자체가 그의 약점이 될 수 있다. 중도와 합리적 진보까지 확장해 '압도적 대선 승리'를 하는 것이 윤 전 총장의 구상인 만큼 7, 8월은 진보 논객ㆍ학자 접촉과 호남 방문 등 '윤석열의 지평'을 확장하는 일정으로 채울 가능성이 크다.



김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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