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정치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당으로 끌어들이되, 당의 자존심과 존재감도 지켜야 하는 것이 그의 과제다. 국민의힘 안팎의 다른 대선주자들이 중도 포기하지 않도록 '관리'도 해야 한다.
'정권 교체'라는 목표는 이 대표와 윤 전 총장이 공유한다. 그러나 '이준석의 시간표'와 '윤석열의 시간표'는 다르다. 이 대표는 "8월 말 전에 입당하라"고 요구하지만, 윤 전 총장은 그럴 생각이 없는 듯하다. '무소속 윤석열'의 몸집이 더 커져서 대선 국면에서 국민의힘 지분이 축소되면, 이 대표의 미래도 축소될 것이다.
이 대표는 17일 기자들과 만나 "윤 전 총장은 잠재적인 우리 당과 야권의 대선 후보"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이 "여야의 협공에 일절 대응하지 않겠다. 내 갈 길만 가겠다"며 국민의힘과 멀찍이 거리를 두자 감싸는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이 대표는 최근 "대선후보 경선 버스는 8월에 출발한다"며 윤 전 총장을 압박했다. 17일 언론 인터뷰에선 "아마추어 티가 나니, 빨리 입당해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으라"고도 했다.
윤 전 총장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내 갈 길", 즉 '마이웨이'를 선언했다. 이 대표는 고집을 부리기보다 유연하게 대처했다. "야권 대선주자가 될 수 있는 분들과 이견이 자주 노출되는 건 피하고 비슷한 점을 많이 강조하겠다"고 물러섰다. 윤 전 총장을 놓치면 이 대표도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대표의 대선 전략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략과 닮았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올해 초 두 달 넘게 야권 서울시장 후보 지지율 1위를 지켰다. 지지율을 무기로 야권 후보 단일화 속도전을 압박했지만,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 시간표'를 내밀었다. 오세훈 서울시장, 나경원 전 의원 등 당내 주자부터 키운 끝에 안 대표를 눌렀다. 그 과정에서 김 전 위원장은 한 번도 주도권을 놓친 적이 없다.
'김종인식 전략'이 또 통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이준석 효과'로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르고 있지만, 이를 흡수하는 당내 대선주자가 없어서다.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윤 전 총장 등 당 밖의 대선주자들이 이미 보수 지지층 상당수를 흡수하고 있다"며 "이 대표는 버티기보다 '통합 메시지'부터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윤 전 총장에게 몸을 낮춘 것도 일단 '자강'보다 '통합'에 방점을 두겠다는 제스처로 해석됐다. 다만 이 대표는 윤 전 총장을 향해 치고 빠지기 식의 견제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