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합의안 도출을 앞둔 '택배기사 과로사 대책 사회적 합의기구'가 우체국 택배라는 뇌관을 만났다. 우체국 택배의 분류작업 지원 수수료를 두고 노사 양측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이러다 최종합의안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택배노조의 택배기사 과로사 대책위는 17일 오후 광화문우체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주도로 만들어진 사회적 합의기구가 공공기관인 우정사업본부(우본)의 몽니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고 규탄했다.
우본도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가장 큰 쟁점인 분류작업 수수료에 대해 "노조에 이미 설명했고, 연구 용역 보고서도 공유했다"고 주장했다. 증거로 노측에 제공했다는 용역보고서 일부, 보고서를 건넨 회의장 사진 등을 공개했다. 공개된 자료를 보면 분류작업 수수료를 두고 '분류작업 활동원가 수수료는 201원이며 전체 업무 중 16.9%를 차지한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이에 택배노조 관계자는 "우본이 공개한 용역 보고서와 수수료 산정 자료는 '특수고용직 우체국 택배 기사'가 아닌 '공무원 집배원' 대상이라 아예 다른 얘길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현재 우체국 택배의 정식 명칭은 '소포위탁배달'로, 우정사업본부가 아닌 우체국물류지원단이 소포위탁배달원(우체국 택배 기사)과 계약을 맺고 택배를 배송하고 있다. 소포를 담당하는 집배원은 공무원이지만, 우체국 택배 기사는 특수고용직(비정규직)이다. 택배노조 관계자는 "우체국 택배 기사는 비정규직이라 퇴직급여충당금을 내지 않고 있는데, 우본은 퇴직급여충당금 항목이 포함된, 집배원을 위한 자료를 두고 우체국 택배 기사에게 설명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또 회의에서 관련 내용을 설명했는지 여부를 두고서도 우본과 택배노조는 여전히 입장이 엇갈렸다.
다만 양측 모두 파국을 원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택배노조 관계자는 "다음 주 중 최종 합의안을 도출하려면 우본과 합의는 최대한 빨리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본 역시 "사회적 합의기구의 취지를 존중하고 소포위탁배달원의 분류작업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관련 계획을 세우고 있는 중"이라 말했다.
우본과 택배노조, 이 둘을 중재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과기정통위 국회의원 등은 이날 오후부터 이틀에 걸친 회의를 통해 합의점을 찾아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