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학적 연구나 사실에 기반하지 않고 어형과 의미의 우연한 유사성에 근거하여 말의 유래를 찾는 것을 민간어원이라 한다. 곱창의 ‘곱’을 ‘곱-’(曲)과 관련지어 고불고불한 창자로 재해석하거나 아주머니를 아기 주머니가 있는 여자로 풀이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민간어원이다.
민간어원은 어형의 변화에 관여하기도 한다. 황소는 본래 큰 소를 가리키는 말로 15세기 어형은 한쇼이다. 한쇼는 ‘크다’를 의미하는 ‘하-’의 관형사형 ‘한’과 소가 결합한 단어이다. 그런데 소의 누런 털 색깔에 이끌려서인지 ‘한’을 한자 황(黃)으로 재해석한 결과 황소가 되었다. 지금은 황소라고 하면 큰 소보다는 누런 소를 먼저 떠올린다.
도루묵에 얽힌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전쟁 통에 임금이 피란길에 올라 고초를 겪는 상황에서 마침 목(目)이라는 물고기가 수라상에 올라 허기진 배를 채웠다. 그 고마움에 임금은 은어라는 이름을 하사하였다. 난리가 끝나 궁으로 돌아온 후 은어가 다시 수라상에 올라왔으나 예전의 그 맛이 아니었다. 이에 은어라는 이름을 삭탈하고 “도로 목이라 하라”고 했다. 이로부터 도로목(도루묵)이라는 이름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도루묵의 16세기 어형이 돌목인 점을 고려하면 도루묵이 도로 목에서 왔다고 보기는 어렵다. 도루묵과 부사 ‘도로’의 형태가 비슷한 데서 만들어진 이야기일 것이다. 돌목은 도르목, 도로목을 거쳐 지금의 도루묵이 되었다. 돌목은 목어의 일종으로 돌붕어나 돌조개처럼 품질이 떨어지는 상태를 지시하는 접미사 ‘돌’이 결합한 말로 추정된다. 아무 소득이 없는 헛수고를, 좋은 물고기를 기대했는데 도루묵만 잔뜩 끌어올린 상황에 빗대어 '말짱 도루묵'이라 한 것과도 연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