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과학수사요원' 영업비밀은 "검거 범인과 면담"

입력
2021.06.18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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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찰청 과학수사1팀 김성동 경위
경찰청 1분기 'BEST 과학수사요원' 선정

올해 3월 대구 중구 동성로1가 금은방에서 절도사건이 발생했다. 현장 감식에 들어간 경찰은 진열대 유리에서 1,000개 가까운 지문을 확인했다. 폐쇄회로(CC)TV가 고장나서 범인을 잡기 위한 유일한 단서는 지문뿐이었다. 대구경찰청 과학수사1팀 김성동(44) 경위는 확보한 지문을 대조하고 분석해, 강도 전과가 있던 피의자를 지목했다. 수사망이 좁혀졌고, 피의자는 절도 현장 확인 2시간 만에 검거됐다.

경찰청은 최근 전국 과학수사요원 1,014명을 대상으로 1분기 'BEST 과학수사관' 3명을 선정했다. 이 중에는 김 경위가 포함됐다. 김 경위는 올해 1분기 동안 과학수사를 통해 피의자 신원 특정 10건, 수사단서 15건을 확보해, 주요 사건 해결에 결정적 공을 세웠다. 김 경위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은데 상을 받게 돼 감사하다"며 "선후배 동료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라고 말했다.

김 경위는 과학수사 경력만 11년으로, 대구·경북 지역 중요 사건 현장에 어김없이 출동한다. 다양한 사건을 접하면서 그의 시야는 계속 넓어졌고, 굵직한 사건의 주요 단서 확보 과정에 김 경위가 기여하는 부분도 커졌다.

2014년 대구 성서공단 고물상 살인 사건은 김 경위에게 가장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아 있다. 당시 성서경찰서는 고물상에 침입해 업주를 살해한 배달원을 2주 만에 검거했다. 무직이었던 이 배달원은 알고 지내던 고물상 주인이 평소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노렸다. 과일 택배를 배달하는 것처럼 위장해 고물상에 들어가, 업주를 살해하고 현금 50여만 원이 든 지갑을 들고 달아났다. 인적이 드문 시간에 발생했고, 고물상 주변에 CCTV도 없어 사건은 장기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이 사건에 투입된 김 경위는 피해자 혈흔에 묻은 신발 크기와 모양 등 족적 분석을 통해 면식범 소행으로 추정했다. 사건 해결에 결정적 실마리였다. 김 경위는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도록 수사팀을 지원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갈수록 첨단화하는 과학수사의 특성상, 김 경위는 관련 분야에 대한 지식을 쌓는 데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5년 전 충남대 과학수사대학원에서 지문 수사와 관련된 논문을 썼고, 선진 수사 시스템을 배우기 위해 후배들과 함께 자비로 미국 LA에 가서 총기와 문서 감정, 현장 스케치 등 과학수사 기술을 배웠다.

유치장에 입감된 범죄자를 다시 찾아 상황을 복기하는 것은 김 경위의 '영업비밀'이다. 그는 "범죄자를 잡는 순간부터 본격적인 오답노트 작성 시간"이라며 "수시로 유치장에 찾아가 범죄 방법을 캐물어 예방책 등을 연구하고, 놓친 것은 없었는지 연구한다"고 말했다. 피해자 마음부터 헤아리는 게 사건 수사 해결의 출발점이라고 김 경위는 생각한다. 그는 "신속하고 정확한 수사로 완벽한 증거를 확보하는 게 상처입은 사람들의 마음과 억울함을 달래줄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대구= 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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