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3월 경남 창원시 한 공업사 인근에 살다 로드킬로 가족을 잃은 개 '달님이'입니다. 당시 승합차가 빠른 속도로 돌진해 우리 가족을 덮쳤고, 미처 피하지 못한 강아지 '장군이'가 세상을 떠났는데요. (▶관련기사보기: "유기견은 차로 치어도 됩니까?… 엄한 처벌 촉구합니다") 사건이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이 분노했고, 최근 법원은 검찰이 약식기소한 운전자에 대해 정식재판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장군이'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래도 많은 이들이 장군이의 죽음을 안타까워해주셨는데요. 보통 로드킬당한 개는 동물등록 정보가 담긴 내장칩을 확인하는 과정 없이 그대로 폐기처리되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최근 한 보호자가 로드킬로 죽은 반려견의 사체를 사고 3일 만에 가까스로 찾은 사례가 있었습니다. 3일 오후 6개월령 반려견 '랑랑이'는 동물병원의 부주의로 열린 문틈 사이로 나간 뒤 도로에서 사고를 당했습니다. 랑랑이 보호자에 따르면, 서울시설공단이 내장칩이 삽입된 랑랑이 사체를 수거해 보관 중이었지만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죠. 랑랑이는 목 보호대(넥카라)와 목줄을 찬 상태였기 때문에 누군가의 반려견임을 충분히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보호자는 전단지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개의 실종소식을 알렸고, 이를 본 한 시민으로부터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제공받았습니다. 보호자가 해당 지역 지자체에 연락하면서 로드킬 사실을 확인하고 사체를 데려올 수 있었는데요. 사체가 냉동보관되지 않아 부패된 점도 매우 안타까웠다고 합니다. 랑랑이 보호자는 국민청원을 통해 △로드킬 동물 수거 시 내장칩 확인 및 냉동 보관 의무화 △동물 케어 서비스업 위기 대처 교육 의무화 등을 제안했습니다.
랑랑이와 같은 사례는 끊이지 않습니다. 지난해 6월 경기 군포에서는 9년 동안 키우던 반려견이 잠시 문을 열어 둔 사이 집을 나갔다 길에서 죽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역시 보호자가 수소문 끝에 집에서 200m가량 떨어진 곳에서 죽은 개를 봤다는 지인의 연락을 받고 지자체에 연락했는데, 이미 청소 용역 업체가 개를 수거해 소각했다는 답을 들어야 했습니다. 집을 나간 지 5시간 만에 벌어진 일니다.
지난해 12월 경북 포항에서도 내장칩이 삽입된 개가 동물등록 확인 절차 없이 소각돼 논란이 된 사례가 있었는데요. 반려견에 내장칩이 삽입되어 있어 간단한 스캔 작업만 거치면 보호자를 알 수 있기 때문에 보호자들의 아쉬움도 컸을 겁니다.
이는 길에서 죽은 동물은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지자체가 생활폐기물이나 의료폐기물로 처리하는데, 이 과정에서 반려동물 등록 확인절차를 거치지 않고 있어서입니다.
시민과 동물단체는 정부가 동물등록을 장려하면서 정작 로드킬을 당한 개에 대해서는 확인절차를 거치지 않고 폐기처리해 보호자를 찾을 수 없도록 한다고 지적합니다.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정책팀장은 "개는 유실·유기방지를 위한 의무등록대상이다"라며 "동물뿐 아니라 보호자를 위해서도 로드킬을 당한 개의 내장칩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로드킬당한 개들이 보호자를 찾지 못하고 그대로 폐기처리되는 것을 막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