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중사 사건 특검 해야… 군 법원·수사기관 없애는 게 해법”

입력
2021.06.1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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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원의 질문] 군 판사 출신 강석민 변호사

상관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하고 부대의 조직적 압력에 시달리다 사망한 공군 이모 중사 사건은 8년 전 육군 오모 대위 사건의 판박이라는 지적이 많다. 오 대위 사건 변호인이었던 강석민 법무법인 백상 변호사는 “민간이 개입해 군의 폐쇄성을 깨뜨리지 않으면 어떤 제도 개선도 군을 바꾸지 못한다”고 단언했다. 현재 국방부가 하는 수사는 특검에 맡겨야 하며, 군 법원과 수사기관은 아예 폐지해 민간 사법시스템에 편입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강 변호사를 15일 서울 강남구 백상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2000년대에 군 법무관으로 군 판사, 법무참모 등으로 복무했고 군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에 파견돼 일했으며 소령 전역 후 군 사망사건을 주로 다루고 있다.


"지휘관도 변호인도 조직 우선… 피해자 생각 안 해"

-군 내 성범죄가 조직적 가해자 감싸기로 인해 공고히 유지됨을 보여주는 사건이 반복되고 있다. 제도 개선에도 군이 달라진 게 없다.

“군대는 강고한 조직이다. 10년간 법무관 복무 경험으로 말하면 보수적이고 남성적인 시각을 좀처럼 바꾸지 않으려 한다. 이 중사 사건은 지휘관 입장에선 ‘골치 아픈 일’일 뿐이고 자기 앞날에 영향을 미치면 안 된다는 생각만 한다. 비상 상황을 정상화(전투임무 수행)하는 데에 주력하니, 피해자가 떠들지 않으면 무조건 가해자를 보호하고 합의를 종용한다. 사건을 덮는 게 중요하지 가해자 분리나 피해자 보호는 부수적인 것이다. 가해자 지위가 높을수록 더하다. 오 대위 사건의 가해자인 노모 소령은 사단장 직속 부하여서 보호기제가 아주 강했다.”

-2013년 오 대위 사건 후 성고충상담관이 신설됐고, 공군 양성평등센터장도 있다. 하지만 제도들이 작동을 안 한다.

“다 부대 조직 안에 편입돼 있는데 작동할 리가 없다. 지휘관이 지시하지 않아도 알아서 긴다. 지휘관 입장에서 사건을 보도록 만드는 게 군 조직이다. 앞으로 나올 대책 중 하나가 여군정책과를 국으로 확대한다는 것인데, 지난해부터 나왔던 이야기이고, 아무 소용없을 것이다. 군 내 성범죄는 언론에 크게 알려지느냐 아니냐의 차이만 있을 뿐 계속 있었다. 그렇지만 군은 변하지 않는다. 여군들은 이번에도 변화 없이 끝날 것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수사기관과 국선변호인조차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했다. 국선변호인이 한 번도 면담을 하지 않았고 군 검찰 조사에도 혼자 가라고 해 이 중사의 불안감이 컸다는데.

“군 검찰이나 국선변호인 모두 지휘 체계 안에 포함돼 있다는 데서 비롯되는 문제다. 또 이들이 역할을 수행할 분위기나 역량이 안 된다. 왜냐. 우선 지휘관 시각에서 사법권은 장신구다. 작전과 전투 수행이 가장 잘 드는 칼이라면 법무는 의장용 칼이다. 2003년 내가 육군 법무참모로 부임했을 때 사단장 첫 말씀이 ‘조용히 있다 가게’였다. 나 같은 장기 법무관은 인사고과와 진급이 걸려 있지만 국선변호인처럼 군복무를 대체하려 3년 근무하는 단기 법무관은 더더욱 열심히 일할 필요가 없다. 군 법무관 임용이 로스쿨 졸업생 중에서도 성적이 가장 높은 이들을 뽑는 구조인데, 청년 급제한 이들은 특권의식도 굉장히 강하다. 나가면 판사든 검사든 높게 될 사람이라는 의식이 깔려 있는지 피해자에 공감해 변호하기는커녕 일을 시키기도 힘들다. 2, 3년 전부터 공군 법무관들이 출퇴근을 제대로 하지 않아 골치라는 사실이 암암리에 알려졌을 정도다. 그러나 국선변호인을 직무유기로 처벌하는 것은 대법원 판례상 어려울 수 있다. 국선변호인을 개인의 문제로 접근하면 오히려 꼬리 자르기가 되는 문제도 있다.”


"국방부 수사도 못 믿어… 지휘관 영향 못 벗어난다"

-군 수사기관이 사건을 엄정하게 수사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가.

“군사경찰(옛 헌병)이 할 수 있는 게 있고 어려운 게 있다. 계급이 낮은 군인 사건 수사는 가능하다. 그러나 계급이 높은 사람이 개입된 사건은 제대로 수사가 안 된다. 군사경찰 대장도 결국 장성들이 어떻게 써주느냐에 진급이 달려 있기 때문에 지휘를 안 받을 수 없다. 수사 대상에 따라 이렇게 달라진다면 이게 수사기관인가.

군 검찰은 군사법원에 귀속돼 있고 모두 지휘관이 관리 감독하는 내부 조직이다. 군사법원이 설치된 군단에 군 판사, 군 검사, 국선변호인이 한 사무실에서 일한다. 보직을 순환하며 근무하기도 한다. 그 수장은 판사도 검사도 아닌 법무참모다. 법무참모라는 통로를 통해 지휘관의 힘이 사법에 미친다. 한마디로 말이 안 된다.”

-언론에 알려진 후 국방부 검찰단이 2차 가해와 부실 수사를 조사하고 있다.

“국방부 수사 결과를 기다리는 것은 군 구조를 잘 모르고 하는 이야기다. 사망에 이르는 극단적인 사건을 대할 때 가장 중요한 기본 자세는 군의 모든 조치를 단 하나도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극단적 불신을 갖고 보지 않으면 어디서 어떻게 사건이 왜곡될지 모른다. 시키지 않아도 그렇게 하는 조직이다. 거짓말을 밥 먹듯 한다. 이미 국방부는 꼬리 자르기에 들어갔다고 봐야 한다. 성추행 사건을 덮으려 한 주체가 노 준위와 노 상사라는데, 그들이 왜 나서서 피해자를 압박했을까. 지휘관이 ‘조용히 시키라’고 지시하고 그나마 가까운 사람이 나섰을 가능성이 크다. 공군참모총장이 보고받고 아무 조치도 안 취한 것은 어떤가. 공군 법무실장이 ‘시간을 두고 보면 조치될 것’이라고 보고하지 않았겠나. 그때까지 가해자 구속을 안 시킨 것을 봐라. 군 내부에서 단계마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모두 밝혀야 한다.”

-국방부도 못 믿으면 수사를 누가 해야 하나.

“특검이 하면 된다. 국방부 안에선 아무것도 안 된다. 국방부 검찰단 수사관도 각 군에서 파견 나온 사람들이다. 국민들이 군 검찰을 민간 검찰과 비슷하겠지 생각하는데, 공군 법무실에 검사 두어 명, 수사관 두어 명 있는 정도다. 몇 명 안 되는 사람들이 다 연결돼 있다. 군 사건에 특검이 설치된 전례는 없지만, 사안이 심각한데 못 할 바도 아니다.”

-군사법원 역시 솜방망이 처벌을 해서 성범죄 카르텔을 유지하는 것 아닌가.

“역시 피고의 계급·지위가 높으면 중한 처벌이 나오기 어려울 수 있다. 계급이 높으면 군사법원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고, 집행유예 이상이나 벌금 100만 원 이상 선고를 받으면 옷을 벗도록 돼 있는 규정 때문에 배려하는 판결을 내리기도 한다. 군 판사의 능력, 성인지감수성도 문제다. 오 대위 사건 가해자인 노 소령은 1심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가해자 행위로 오 대위가 사망한 게 핵심인데 판사는 추행 행위만 놓고 판결했다. 피해자가 사망했는데 선처할 상황인가. 깜짝 놀라 정신과 전문의에 의뢰해 심리부검을 실시했고 가해와 사망 사이에 직접적 인과성이 있다는 심리부검 결과를 제출하고서야 2심에서 실형을 받았다. 군사법원에 판사 교육제도도 없고 보직이 순환되다 보니 군 판사의 전문성이 떨어지고, 대법원이 말하는 성인지감수성이 뭔지도 모른다.”


"국방부 밑에 있는 군 사법, 헌법적 권리 침해"

-근본적으로 군 사법제도의 문제가 뭔가.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이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 중 군사법원이 포함될까. 헌법에 군사법원을 둘 수 있다는 예외조항을 두었고 군사법원법 등에 따라 외관상 헌법과 법률을 충족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의 역할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군사법원이 행정부에 해당하는 국방부 밑에 있어서 삼권분립을 위배하고 사실상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다. 계급이 낮은 군인들만 엄중하게 처벌받으면 부당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민간 사법체제가 있는데 단지 군인이라는 이유로 헌법적 권리를 침해받아야 하나.

군사법원 판결보다 더 큰 문제는 ‘숨겨진 범죄’다. 군 내 범죄 중 군사법원까지 오는 것은 열 중 한둘밖에 안 된다. 군 수사기관이 조직 보호를 위해 일하니 수사단계에서부터 가지치기가 된다. 오 대위 사건 때도 일기장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가해자의 추가 성범죄 정황이 많았는데 캘 수가 없었다. 그나마 주변에서 오 대위에 대한 강제추행 증언을 해줘 겨우 처벌했고 다른 여군들에 대한 성추행 의혹은 다 잘려나갔다.”


-군 사법제도를 어떻게 개혁하면 되나. 민주당이 20대 국회에서 발의했던 군사법원법 개정안은 고등군사법원(2심)을 없애 민간 고등법원으로 넘기는 것이 골자다.

“군사법원을 아예 없애면 된다. 전시에도 민간 사법체제가 작동하면 군사법원은 불필요하고 평시에는 더더욱 필요 없다. 보통군사법원(1심)에서 다루는 사건 중 군사범죄는 8%에 불과하다. 이것도 상당수는 기밀과 무관한 군무 이탈이다. 나머지 92%는 형사범죄다. 세계적으로 평시 군사법원을 유지하는 나라는 극소수다. 미국은 해외 곳곳에 미군이 주둔한다는 단순한 필요에 따라, 이스라엘은 상시 전쟁 국가라는 특수성 때문에 군사법원이 있다. 대만은 우리 같은 분단국가인데도 군사법원을 없앴다. 아무 문제가 없었다. 대만은 계엄령을 오래 겪은 나라인데도, 군에서 아들을 잃은 어머니 황마마를 중심으로 한 시민운동이 지지를 받으며 군사법원을 폐지했다.

군사법원을 폐지하면 군사법원법에 따라 설치된 군 수사기관도 없어진다. 군 검찰, 군사경찰을 없애는 게 오히려 군 사법개혁의 요체라고 할 수 있다. 군인의 범죄를 꼭 군인이 수사해야 하나. 경찰 수사를 받으면 된다. 판사가 죄 짓는다고 판사가 수사하지 않는다. 8%의 군사범죄가 문제라면 특별사법경찰관 제도를 활용하면 된다. 현재도 군사안보지원사령부가 특별사법경찰 역할을 한다. 기소는 민간 검사가 하고 판결은 민간 법원이 하면 된다. 이들도 다 공무원인데 군기밀을 다루지 못할 이유가 없다. 조직 축소에 대한 저항이 만만치 않겠지만 사실 군사경찰 임무의 절반은 경호 군기순찰 포로수용 등 수사와 무관한 분야이니 이것만 하면 된다. 법무관은 징계 등 법률지원업무만 하면 된다. 지휘관에겐 여전히 인사와 징계로 통솔 권한이 충분하고 사법권만 떼어내는 것이다.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된다.

여론이 있으니 국회에서 군사법원법이 개정될 텐데 기존 민주당 법안이 재추진되는 것을 보면 국방부도 동의한 것같다. 국방부는 고등군사법원은 내주고 보통군사법원을 지켜서 군 수사기관은 유지하겠다는 입장일 것이다.”


"민간 개입 없이 국방부에 맡겨선 절대 안 바뀔 것"

-문재인 대통령이 지시한 병영문화 개선 기구는 기대할 게 없나.

“전혀 없다. 군의 폐쇄성을 깨지 않으면 어떤 대책도 소용없다. 이미 많이 해 봤다. 성고충상담관, 병영생활상담관 다 군대 안에 있고 제 역할을 못 한다. 2014년 윤 일병 폭행 사망사건 후 병영문화혁신위원회가 만들어지고 군 옴부즈맨 설치를 제안했는데 아직도 관련 법이 통과 안 됐다. 구체적 시행을 국방부에 맡기니 전문가들 이야기 듣기만 하고 어디론가 없어져 버렸다."

-군 옴부즈맨 제도는 어떤 의미가 있나.

"군 옴부즈맨(군 인권보호관)은 시민이 군을 감시하도록 하는 유일한 제도다. 독립적인 옴부즈맨이 군 사망사건을 비롯한 군인 기본권 침해 사건에 대해 직권 조사, 진정 접수, 구제·시정 권고 등 권한을 갖고 군을 감시하는 것이다. 군이 마음대로 사건을 덮거나 왜곡하지 못하게 할 방법이다. 지난해 말 관련 법안이 다시 발의됐는데 이 중사 사건을 계기로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안규백 의원 안은 국회에 군 인권보호관을 두는 것이고, 조승래 의원 안은 국가인권위원회에 두는 것이다. 단 조 의원 법안은 국방부 입장이 너무 많이 반영돼 인권보호관이 유명무실해진다."

-문 대통령이 전에 없이 단호한 입장을 밝히고 철저한 수사를 지시하기는 했다.

“그러나 국방부에 맡긴 게 한계다. 대통령이 특검과 군 사법 개혁을 과감히 던져야 한다. 특검이 군의 해묵은 고리들을 모두 드러내고 이를 도려내면 혁혁한 전과로 남을 것이다. 군 옴부즈맨 설치와 군 사법 개혁까지 나아가야 한다. 군사법원과 수사기관을 폐지하면 군 조직을 슬림하게 만드는 국방 개혁도 가능해진다. 전투에만 집중하는 조직으로 개편된다. 군인에게 재판받을 권리를 찾아주는 것이니 명분도 좋다. 야당도 반대할 일이 아니다. 노무현 정권 때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가 추진했던 과제 중 지금까지 안 된 것은 군 사법 개혁뿐인데 그만큼 국방부와 보훈처의 기득권이 크다.”

-군 사법체제 개혁으로 군 내 성범죄를 근절할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군대의 강고한 XY염색체 순혈주의와 성차별 문화, 사관학교를 통해 계승되는 군사문화와 정치 군인 행태를 근본부터 바꾸는 질적 쇄신이 필요하다. 그러나 군 사법 개혁만 이뤄져도 많이 바뀔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민간이 군에 관여하는 시스템 없이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김희원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