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명록에 새 '지평선'을 열었다" 윤석열 '비문(非文)' 방명록 입길

입력
2021.06.16 18:00
정청래 민주당 의원 "지평선 아닌 지평이 맞아"
"성찰이란 표현도 통찰로 바꿔야" 지적도
누리꾼들 비문 고친 '첨삭 버전' 올리며 비꼬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악필'(惡筆) 방명록이 화제가 된 가운데 이번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비문(非文)' 방명록이 입길에 올랐다.

문맥에 맞지 않는 어색한 표현을 사용했다는 지적인데, 여권 지지 성향의 누리꾼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방명록 망테크에 추가로 탑승했다", "무식하다"는 노골적인 조롱을 쏟아내고 있다.

윤 전 총장 측에 따르면, 그는 11일 6·15 남북공동선언 21주년을 맞아 서울 마포구 동교동의 '김대중도서관'을 찾아 방명록에 글을 남겼다.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업적을 기리고, DJ정신을 본받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려는 의도였다.

내용은 물론 좋은 말로 가득하다. "정보화 기반과 인권의 가치로 대한민국의 새 지평선을 여신 김대중 대통령님의 성찰과 가르침을 깊이 새기겠습니다."

문제는 어색한 표현과 어법이었다. 당장 여권에선 "단어 선택이 잘못됐다", "문맥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평선을 열다'는 말을 문제 삼았다. 정 의원은 "'지평을 열다'는 말은 들어봤어도 '지평선을 열다'는 말은 처음이다"며 "윤 전 총장이 언어의 새 지평을 여셨네요"라고 혀를 찼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지평선(地平線)은 '편평한 대지의 끝과 하늘이 맞닿아 경계를 이루는 선'을 의미한다.

반면 지평(地平)은 3가지 뜻이 있다. ①대지의 편평한 면. ②편평한 대지의 끝과 하늘이 맞닿아 경계를 이루는 선. ③사물의 전망이나 가능성 따위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문맥상 윤 전 총장은 ③번의 뜻을 의도한 것으로 보인다. 정 의원은 "솔잎은 송충이를 먹고 될 성부른 떡잎은 나무부터 알아보겠다"고 비꼬았다.

논란이 된 또 다른 표현은 '성찰'이다. 성찰은 '자기의 마음을 반성하고 살핌'이라는 의미를 지녔는데, 문맥상 '성찰'이 아니라 '통찰'(예리한 관찰력으로 사물을 환히 꿰뚫어봄)이 더 어울리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SNS에선 비판과 함께 윤 전 총장 비문을 고쳐 놓은 여러 '첨삭 지도 버전'이 나돌기도 했다.

직접 첨삭 글을 올린 한 누리꾼은 "윤석열의 방명록은 철저한 비문에 가깝다. 율사는 말과 글로 존재를 증명해야 하는데 처참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비문투성이 방명록에서 잘 알 수 있는 건, 기본적인 단어를 틀리는 무식함과 김대중 대통령님에 대한 기본 상식도 없다는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강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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