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시장에 ‘잡코인’ 상장폐지 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정부가 시장 안정화를 위한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맞춰 오는 9월까지 금융정보분석원(FIU)에 가상화폐 거래소 신고를 의무화하자, 주요 거래소들이 정식 등록에 장애가 될 수 있는 부실 가상화폐에 대한 솎아내기에 들어간 것이다. 하지만 지난 11일 국내 최대 거래소인 업비트가 5개 종목에 대한 거래중지를 전격 발표한 이래 잇따르는 잡코인 퇴출에 투자자들의 불만과 원성이 적지 않다.
16일까지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받은 거래소 20곳 중 11곳이 정부의 가상화폐 관리방안이 발표된 지난 5월 28일 이후 잡코인에 대한 상장폐지(코인 거래지원 종료)와 거래 유의종목 등을 지정, 발표했다. 업비트에 이어 거래액 3위권인 코인빗은 지난 15일 밤 10시께 8개 종목을 상장폐지하고, 28개 종목을 유의 대상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이 거래소 거래종목 70개 가운데 절반이 넘는 36개 종목의 거래를 사실상 전격 중단한 것이다.
가상화폐는 애초에 내재가치가 인정되지 않아 자산으로서의 적정성이나 건전성을 평가하는 기준이나 제도가 아예 없다. 그렇다 보니 각 거래소별로 수수료 수익을 노려 임의로 무수한 잡코인들에 대한 거래를 지원(상장)하고, 잡코인들은 거래소 상장을 마치 내재가치에 대한 인정인 것처럼 호도해 투자자를 모으는 악순환이 되풀이돼왔다. 그 결과 잡코인을 솎아내면서도 거래소들은 객관적 평가 근거나 투자자 보호조치 등을 내지 않는 것이다.
잡코인 발행업체들은 “거래소가 수수료 수익을 노려 공격적이고 무리하게 코인을 상장시켰다가 정부 감독이 시작된다니 마구잡이 상장폐지를 감행하고 있다”며 거래소를 비난한다. 투자자들도 거래소의 기습적인 상장폐지 행태에 대해 청와대 청원까지 올린 상태다. 하지만 최소한 지난 5월 이래 잡코인 솎아내기는 시장에서 널리 예상된 바다. 투자자들은 엄정한 자기책임의 원칙에 따라 가상화폐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