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까지…" 노름 빚 때문에 월급 압류당한 교장선생님

입력
2021.06.16 15:00
박용선 경북도의원 "영주 한 사립고 교장,
24명으로부터 도박자금 5억 빌려 안 갚아"
해당 교장 "사채·압류 사실" 도박 여부 함구

경북 북부지역의 한 사립고등학교 교장이 사채까지 사용해 도박으로 날리는 바람에 월급을 차압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문제의 50대 교장은 해당 학교법인 이사장의 아들로 드러났다.

경북도의회 박용선 의원은 15일 경북교육청을 대상으로 한 상임위원회에서 "A 교장이 2018년부터 24명으로부터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까지 차용해 도박 등으로 탕진하고 현재 급여가 압류된 상태이며, 채권액은 5억 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학생을 가르치는 교육자로서 도박 등으로 탕진한 것도 큰 잘못이지만 3,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빌린 돈을 갚지 않아 수십 명에게 피해를 줬다"며 "청소년을 가르치는 교육자로서도 도덕적으로 크게 잘못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문제가 이 지경인데도 사립학교라는 이유와 이사장 아들이라는 이유로 계속 교장으로 재직하는 것은 아주 잘못됐다"며 "문제를 일으킨 학교에는 예산 지원을 중단하는 등 조치해야 한다"고 대책을 촉구했다.

경북도교육청 관계자는 "감사반을 보내 관련 문제를 파악한 뒤 조치하겠지만, 사립학교에 대한 징계는 재단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한다"고 밝혀 실제 징계 조치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박 의원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은 최근 대부업체와 개인 등 24명의 채권자가 제기한 5억 원의 가압류를 승인했다. 지역에선 A 교장이 상습적일 정도로 훌라 등 카드 도박에 빠져 있으며, 주변에 돈을 빌려 쓰고 갚지 않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가압류된 금액 외에도 채무가 더 있다는 말도 나온다.

A씨의 한 채권자는 "학교 이사장 아들이고 교장이라서 의심 없이 1,000만 원 정도를 빌려줬는데 수개월째 받지 못하고 있다. 알고 보니 도박으로 재산을 다 날렸더라"고 말했다.

A 교장이 도박 빚으로 문제를 일으킨 것은 학교 교직원들도 대부분 알고 있고, 일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A교장은 "사채를 빌리고 압류당한 것은 사실이지만 도박 여부에 대해선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도박으로 입건된 것도 아니고 입증된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말하는지 모르겠다. 학교 운영에는 문제가 없으며 빚은 빨리 갚겠다"고 해명했다.

영주= 이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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