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새 정권 출범 3일 만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무장정파 하마스의 군 시설을 공습했다. 무력 충돌 중단을 약속한 지난달 21일 휴전협정 이후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또다시 공격을 가한 것이다.
로이터통신과 AFP통신 등은 16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이 이날 가자지구 내 가자시티와 칸유니스의 하마스 군시설을 공습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전날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쪽으로 폭발물을 단 풍선이 날아온 일에 대응한 공습이었다며 “(하마스의) 군 시설에서 테러 활동이 전개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은 적대 행위 재개를 비롯한 모든 시나리오에 준비돼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 BBC방송은 이스라엘의 이번 공습엔 무인기가 동원된 것으로 보이며, 사상자 발생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이번 공습의 책임을 팔레스타인에 돌리고 있으나, 무력 충돌 재개의 원인을 제공한 건 오히려 이스라엘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전날 이스라엘 우익 단체가 ‘깃발 행진’을 했던 게 팔레스타인을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이스라엘 국기를 들고 예루살렘 옛 시가지를 행진했던 이 행사는 동예루살렘을 빼앗긴 팔레스타인이나 아랍권에 굴욕을 안겨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스라엘이 문제 삼은 팔레스타인의 ‘풍선 폭탄’은 그에 대한 항의 표시였다는 얘기다.
하마스도 이런 해석을 부정하지 않았다. 하마스는 이스라엘군 공습 사실을 확인하면서 “팔레스타인인들은 예루살렘에서 용감하게 저항하며 신성한 땅과 권리를 지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모하마드 하마다 하마스 대변인은 “확실한 것은 우리가 매우 도발적인, 점령군(이스라엘)의 행사인 깃발 행진 앞에선 침묵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가자지구의 무장 저항만이 유일한 선택은 아니며 대중 저항에 참여할 수 있는 예루살렘과 서안지구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우리는 무장 저항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발언도 있었다는 점에서, 추가 무력 충돌의 우려도 나온다.
이날 공습은 지난달 11일간 이어진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군사적 충돌로 이스라엘 쪽에서 13명, 팔레스타인 쪽에선 260명이 각각 숨진 후 체결된 휴전협정 이후 26일 만이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나프탈리 베네트 신임 총리의 과거 발언을 복기해 볼 때 이번 공습은 예고된 것과 마찬가지라고 이날 보도했다. 베네트 총리가 지난 2019년 국방장관 임명 수개월 전 “폭탄 풍선을 날리는 팔레스타인인은 이스라엘인을 살해하려는 테러리스트로, 공격받아도 마땅하다”고 발언했던 점을 상기시킨 것이다.
관심은 반(反)네타냐후 ‘무지개 연정’에 동참한 아랍계 정당 라암의 반응에 쏠린다. 일단은 이번 일로 연정이 분열되진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NYT는 만수르 압바스 라암 대표가 15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스라엘 극우파의 깃발 행진을 비난하면서도 “우리가 모든 것을 두고 다투면 연정이 무너진다”고 우려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