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사는 사회초년생 김가영(23·서울 중구)씨는 다음 달부터 인상될 전기요금 소식에 걱정부터 앞선다고 했다. 그동안 전기요금에 부담을 느끼진 않았지만 여름철 무더위에 가동할 에어컨을 생각하면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어서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학생은 온라인 수업, 직장인은 재택근무가 지속되면서 전력 사용량이 전체적으로 늘어나 전기요금 인상까지 겹치면 생활비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음 달부터 전력사용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가구에선 전력사용량이 기존과 똑같아도 요금은 더 많이 낸다. 16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에 따르면 한 달에 200㎾h 이하로 전기를 사용해 온 가정의 필수사용공제 할인액이 7월 1일부터 기존 4,000원에서 2,000원으로 조정된다. 1인 또는 2인 가구의 전기요금 부담이 사실상 매월 2,000원씩 늘어난다는 얘기다. 전기차 충전용 전력에 부과하는 전기요금 기본요금 할인율도 현행 50%에서 25%로 줄어든다.
필수사용공제 제도는 취약계층의 전기요금 절감 혜택을 주자는 당초 도입 취지와 달리 중상위 소득과 1·2인 가구 위주로 혜택이 집중된다는 지적에, 제도 개편의 필요성이 꾸준히 지속돼왔다는 게 한전 측 설명이다. 한전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약 625만 가구의 할인혜택이 줄어들 것”이라며 “소득수준을 감안해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것으로, 모든 가구 요금이 올라가는 일반적인 요금 인상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여기에 조만간 발표 예정인 3분기(7~9월) 적용 전기요금 인상 관측이 전해지자, 1·2인 가구의 전기요금 부담은 이중으로 늘어날 판이다. 서울 강북구에 2인 가구를 꾸려 사는 장동욱(33)씨는 “주거 및 외식비 부담이 줄줄이 늘어나는 와중에 접한 소식이라 달갑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실제 지난달 발표된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1분기 기준, 전국 1인 이상(농림어가 포함) 월세 거주 가구는 한 달 평균 32만8,000원을 주거비로 지출, 한 해 전(30만8,000원)보다 6.2% 상승했다. 식비 또한 오름세다. 통계청의 소비자물가 동향에 의하면 지난달 외식 물가는 1년 전보다 2.1% 올랐다. 외식 물가 상승률이 2%대에 올라선 건 2019년 4월(2.0%) 이후 2년 1개월 만이다.
취약계층에서 제외된 중·장년층의 소규모 가구 부담도 커지긴 매한가지다. 지난달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0년 가족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는 30.4%로 2010년(15.8%)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이 가운데 50대 이상 고령층의 1인 가구는 61.4%로, 경제활동이 제한적인 이들에게 ‘하필 이때’ 높아지는 전기요금은 야속할 수밖에 없다.
한전도 할 말은 있다. 최근 치솟은 소비자물가로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에 제동을 걸 가능성은 있지만, 전기요금 인상 요인은 충분해서다. 올해 3~5월 두바이유 평균가격이 배럴당 54달러 수준으로 지난해보다 높아졌고, 하반기 전기사용 수요가 늘어나는 점을 고려할 때 요금 인상은 피할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