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칭 슈팅(FPS) 게임 '배틀그라운드' 개발사로 유명한 크래프톤의 상장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지난 2017년 출시된 배틀그라운드는 현재까지 7,000만 장(컴퓨터 및 콘솔 포함) 이상 판매되면서 글로벌 히트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2018년 선보인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글로벌 다운로드 수 10억 건을 돌파했다. 이에 따라 넥슨과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으로 대표된 국내 게임업계 판도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점쳐진다.
크래프톤은 16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공모 절차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크래프톤의 총 공모주식 수는 1,006만230주, 1주당 희망 공모가액은 45만8,000~55만7,000원이다. 다음 달 14일과 15일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청약을 진행한다. 상장 시점은 7월이다. 크래프톤의 최대 기업가치는 약 28조 원으로 관측된다.
크래프톤의 경쟁력은 이미 입증된 상태다. 배틀그라운드의 흥행에 힘입어 크래프톤의 1분기(연결기준) 매출은 4,610억 원에, 영업이익은 2,272억 원을 가져왔다. 영업이익률이 무려 49%에 달한다. 영업이익만 보면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을 제치고, 넥슨에 이은 2위의 기록이다. 시가총액 역시 엔씨소프트(약 18조7,000억 원)를 넘어섰고, 도쿄 증시에 상장한 업계 1위 넥슨을 따라잡고 있다.
하지만 약점도 보인다. 우선 배틀그라운드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크래프트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중심의 게임이 전체 매출의 80% 이상이다.
'차이나 리스크' 또한 부담이다. 크래프톤은 현재 중국에서 텐센트를 통해 '화평정영'이란 이름으로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다. 텐센트는 크래프톤의 2대 주주다. 하지만 최근 중국 정부가 모바일 게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시장 위축도 우려된다. 중국은 크래프톤 해외 매출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크래프톤은 연내 후속작인 '배틀그라운드: NEW STATE'를 선보이면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다는 계획이다. 이 게임은 구글플레이 기준 사전 예약자 수만 43일 만에 1,000만 명을 넘어섰다. 또 인도에서만 서비스될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도 사전 예약 2주 만에 2,000만 명을 돌파했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10월 인도·중국 간 국경 분쟁의 여파로 인도에서 텐센트가 운영해왔던 배틀그라운드의 서비스를 종료한 바 있다.
크래프톤의 등장에 긴장한 3N 게임사들도 하반기 '대작 게임'들을 잇따라 선보일 계획이다. 엔씨소프트는 신작 ‘블레이드&소울2’의 출시를 앞두고 있다. 지난 2012년 출시된 블레이드&소울의 후속작으로 하반기 최대 기대주로 꼽힌다. 블레이드&소울은 국내뿐 아니라 중국, 북미에서도 흥행을 거둔 만큼 엔씨소프트는 그동안 약점으로 꼽힌 해외 매출 확대에 기대를 걸고 있다.
상반기 신작이 없었던 넥슨의 경우엔 하반기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커츠펠' '코노스바 모바일 판타스틱 데이즈' 등의 게임을 공개할 방침이다. 또 간판 게임인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게임의 중국 출시도 예정된 상태다.
넷마블은 지난 10일 출시한 '제2의 나라'가 흥행을 거두고 있다. 제2의 나라는 대만, 홍콩, 마카오 등에서 애플, 구글 양대 응용소프트웨어(앱) 장터에서 매출 1위를 기록한 가운데 국내에서도 매출 1~2위인 리니지 모바일 시리즈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한편 크래프톤 공모주 청약은 중복청약의 막차가 될 전망이다. 이달 18일까지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는 예비 상장기업에 대해서만 일반 투자자들이 여러 증권사에 공모주를 청약할 수 있는 중복청약이 허용되기 때문이다. 중복청약은 한 투자자가 상장 주관사로 참여한 증권사 모두에 계좌를 개설해 청약을 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