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DMC쇼핑몰로 차질 시 지원... 롯데쇼핑 오면 지역 활성화"

입력
2021.06.17 16:30
[기초단체장에게 듣는다] 유동균 마포구청장
"전통시장 불안에 쇼핑몰 시설 비율 34%로 낮춰"
"롯데쇼핑 본사 이전 추진... 일자리 창출 큰 도움"
'대관세찰' 자세로 구정 이끌어 호평

1월 서울 마포구에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골목상권 보호 문제로 표류해 온 롯데그룹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복합쇼핑몰 개발 사업이 서울시 심의를 통과한 것이다.

서울시가 복합쇼핑몰 개발 계획을 갖고 있던 롯데 측에 DMC역 인근 부지를 매각했지만, '주변 전통시장과 상생 합의를 추진하라'는 조건을 걸어 8년 동안 인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던 터였다.

좀처럼 풀리지 않을 것 같던 일의 실마리를 찾아낸 건 마포구였다. 상생회의 14회, 대면협의 8회를 이끌며 쇼핑몰 판매시설 비율을 당초 81.9%에서 34.7%로 조정, 전통시장과 복합쇼핑몰의 상생 기반을 만들었다.

'소통과 혁신으로 더 크고 행복한 마포'라는 구의 캐치프레이즈처럼, '소통왕'으로 통하는 유동균 마포구청장을 10일 만났다. 그는 "전통시장이 어려움을 겪으면 구청이 전문 상담과 경영 지원을 할 것"이라며 "대관세찰(大觀細察·크게 보고 세세하게 살핀다)의 자세로 일을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DMC 복합쇼핑몰에 어떤 시설이 들어오나.

"지하 7층 지상 21층 2개동(연면적 23만㎡)에 백화점, 오피스텔 512가구, 공연장, 근린생활시설 등이 입주한다. 고급 판매시설인 백화점이 없거나 부족했던 은평·마포·서대문구와 인접한 경기 고양시의 수요를 흡수할 것이다.

롯데 측이 구에 아직 건축허가를 신청하지 않았다. 롯데가 구체적인 계획을 담아 의지를 보이면 내년에 착공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그 주변 전통시장은 여전히 불안하다.

"망원동 월드컵경기장에 홈플러스가 들어올 때 망원시장 등 인근 전통시장이 장사가 안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오히려 더 잘됐다. 손님 층이 다른데다 망원시장도 배달서비스 도입, 앱 개발 등의 노력으로 경쟁력이 높아졌다.

백화점이 들어와도 판매 품목이 전통시장과는 달라, 큰 지장이 없을 것이다. 만약 전통시장이 어려움을 겪으면 고객 분산·유출이 없도록 구청이 전문 컨설팅과 경영지원을 할 방침이다."

-롯데쇼핑 본사 이전도 요구하고 있는데.

"본사가 오면 마포구에 양질의 일자리가 생기고, 직원들도 소비할 수 있기 때문에 인근 상권이 활성화된다. 또 쇼핑몰처럼 대형 점포가 들어서면 교통 정체, 쓰레기 배출 증가, 불법 주차, 오폐수 관리 등 다양한 행정 수요가 발생해 마포구 재원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마포로 본사를 옮길 경우 구의 세수도 늘어 그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영국의 경제학자 콜린 클라크는 '정치꾼(Politician)은 다음 선거를 생각하고 정치가(Statesman)는 다음 세대를 생각한다'고 했다. 앞으로 마포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일을 추진하려 한다."

-현재 명동과 잠실의 롯데쇼핑 본사 보다 접근성이 떨어진다.

"아니다. 해당 부지가 전철 3개 노선이 지나는 DMC역 바로 옆인데다 월드컵대교도 곧 개통한다. 오세훈 시장이 서북권 교통 불편 해소를 위해 내세운 서부선 경전철 조기 착공 등의 공약이 실현된다면 전혀 부족하지 않다. 월드컵공원이 바로 옆에 있고, 한강도 가까워 오히려 롯데 직원들이 더 좋아할 것이다."

"전 직원 역학조사 등 방역 앞장...서울형 상생방역 선정"

유 구청장은 다른 사업에도 소통과 혁신을 최우선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런 원칙을 바탕으로 한 노력은 구정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최근 서울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생방역 시범사업 대상 2개구에 포함된 것이 대표적이다.

그는 이날도 구청에서 10분 거리인 백신접종센터 한쪽에 마련한 ‘현장구청장실’을 지키며 백신 접종을 비롯한 구정 현안을 살폈다.

-서울형 상생방역 시범사업 대상 구로 선정된 비결은?

"지난해 '전 구간 음압제어장치와 워킹스루 검진창구를 갖춘 선별진료소 신축', '전 직원 현장역학조사원화 운영', '코로나19 전담 콜센터 운영' 등 과감하고 혁신적인 조치로 방역에 앞장선 게 반영된 것 같다.

4월 15일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 문을 열 때 '어르신의 백신 접종을 현장에서 직접 챙기겠다'는 마음에서 함께 문을 연 '현장구청장실'을 매일 한 두 차례 찾아 불편사항 등 민원을 즉시 해결하고 있다. 무엇보다 공무원들이 장기간 방역에 지쳤을 법한데도 서로 도와가며 따라준 덕분이다."

-그러면 주민들의 불안감이 잦아들었나?

"그렇다. 현장구청장실 운영 첫 날 접종을 마친 한 어르신께 '건강하시라'고 인사하니 '오래 살려고 접종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과 주변 사람에게 피해주지 않으려고 맞았다'고 할 정도로 달라졌다.

이달 중 예방접종센터 1곳을 추가 개소해 9월까지 구민 집단면역 확보를 목표로 총력 대응할 것이다. 9월말까지 1차 접종자 비율이 70%를 달성하면, 지난해 취소한 대표 지역 축제인 '마포나루 새우젓축제(10월 15~17일 예정)'에서 코로나19 해방을 선포하고 주민과 서로 축하하고 싶다."

최근 경기 과천시의 반발로 정부의 8·4 부동산 대책이 일부 수정되면서 마포구가 다시 회자되기도 했다. 당시 서부면허시험장 등에 임대주택을 짓겠다는 계획에 마포구도 이의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8·4 부동산 대책과 대한항공 소유 송현동 땅 맞교환 대상으로 거론된 서부면허시험장 택지 개발에 강력 반대했는데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

"무작정 반대한 게 아니라, 수년 전부터 개발 계획을 세워놨기 때문에 일방 추진이 아니라 함께 논의해보자고 한 것이다.

마포구는 서부면허시험장 부지를 어떻게 개발·활용할 지 계획을 세우기 위해 2017년 3월 2억 원을 들여 자체 연구용역을 시작했다. 그 결과가 구청장 취임 직후인 2018년 12월 나왔다.

미래 성장 동력 확보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4차 산업 거점 공간으로 활용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에 따라 서울시와 협의하며 개발 계획을 추진했다.

그 와중에 정부와 서울시가 마포구와는 사전 논의 없이 임대주택 개발과 땅 교환을 들고 나와 반대했다. 이런 설명을 들은 주민들도 마찬가지다. 앞으로도 서울 서북권에 새로운 기회가 되도록, 또 시가 추진하는 발전 기본구상 수 립과정에 우리 구의 입장이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

박민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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