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진자 속출하는 코파아메리카… 메시 “걱정스러워”

입력
2021.06.16 08:21
경기 이틀만에 확진자 41명으로 급증

‘남미 월드컵’으로 불리는 현지 최대 축구 제전 ‘2021 코파아메리카’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브라질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를 뒤로 하고 개막을 강행한 이후 선수단 내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는 까닭이다. 유명 선수와 감독들마저 공개적으로 우려의 목소리를 낼 정도다.

15일(현지시간) 브라질 보건부에 따르면 대회 개막 이틀째인 전날까지 대회 관계자 41명이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상 판정을 받았다. 선수와 기술위원 등 각국 대표팀 관계자가 31명이, 브라질리아 호텔 직원이 10명이다. 베네수엘라 대표팀 선수와 기술위원 등 13명이 개막 전부터 양성 반응을 보인 데 이어 볼리비아, 콜롬비아, 페루 대표팀에서도 줄줄이 양성 반응자가 나왔다.

확진자가 빠르게 늘면서 대회에 참가 중인 선수와 감독들의 두려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34ㆍFC 바르셀로나)는 이날 경기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회에 참가한 누구나 코로나19에 걸릴 위험이 있기 때문에 매우 우려된다”며 “매우 조심하고 있으나 쉽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ESPN은 “메시는 아직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우루과이 대표팀의 오스카르 타바레스 감독 역시 “이번 대회에 참가한 모든 대표팀 선수들이 코로나19 감염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루과이 대표팀은 코로나19를 우려해 자국에서 훈련 중이며 경기를 이틀 앞둔 16일 브라질에 입국할 예정이다.

사실 코파아메리카 개최 반대 목소리는 지난달 31일 브라질이 이를 결정할 당시부터 높았다. 코로나19 상황이 엄중한데도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개최를 강행한 탓이다. 3월 대유행을 겪었던 브라질은 4월에 확진자 수가 2만명대까지 내려가며 진정세를 보였지만, 이달 초 확진자 수가 다시 8만명대로 치솟았다. 이날 영국 임페리얼칼리지가 “브라질의 코로나19 재생산지수(확진자 한 명이 감염시키는 사람의 수)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0.99였지만 이번주 들어 1.07로 높아졌다”며 “이번주 최대 1만6,500명의 사망자가 나올 것”이라는 보고서를 낼 정도로 상황은 악화일로다.

우려가 커지면서 방역을 위해 대회를 취소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주장이 잇따랐지만,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때문에 지금처럼 코로나19 양성 판정 사례가 늘어나면 대회가 끝난 뒤 대통령과 브라질축구협회를 상대로 남미 각국의 책임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허경주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