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가 시대의 키워드로 떠올랐지만, '내가 어떤 성별이냐'가 개인의 '행복감'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젠더보다는 학력, 소득 같은 사회경제적 자산의 영향이 더 컸다. 사회적 이슈의 원인과 현상을 '젠더 갈등'으로 손쉽게 치환하는 태도가 위험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일보·한국리서치 여론조사(지난달 25~27일 실시)에서 '삶에 어느 정도 만족하는가'를 물은 결과, 전체 응답자가 매긴 평균 만족도는 4.8(만점 10 기준)이었다. 만족도는 성별보다는 학력에 따라 갈렸다. 남성과 여성의 평균 만족도는 각각 4.7과 4.8로, 엇비슷했다. 반면 고등학교 졸업 이하 학력자(4.4)와 대학 재학 이상 학력자의 만족도(5.1)는 차이가 컸다.
삶의 만족도는 소득과 비례했다. 월평균 가구소득 700만 원 이상인 응답자(5.6)의 만족도가 가장 높았고, 600만~700만 원(5.3), 500만~600만 원(5.0), 400~500만 원(5.0), 300만~400만 원(4.7), 200만~300만 원(4.3), 200만 원 미만(4.1) 순으로 떨어졌다.
나이와는 반비례했다. 20대(5.0)의 만족도가 가장 높았고, 30대(4.8), 40대(4.8), 50대(4.7), 60대 이상(4.6) 순이었다. '질풍노도의 청년기와 멀어질수록, 세상의 이치를 깨닫는 노년층에 가까워질수록 행복해진다' 혹은 '헬조선을 사는 2030세대가 가장 불행하다'는 통념과 다른 결과다. 다만 낙폭은 소득별 차이보단 크지 않았다.
'젊은 세대는 젠더 갈등으로 가장 괴로워한다'는 게 기성세대의 인식이지만, 20대의 행복 역시 성별보단 학력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20대에선 저학력 여성이 가장 취약한 계층이었다. 고졸 이하 20대 여성의 삶의 만족도는 4.4였고, 대학 재학 이상 20대 여성은 5.2로, 격차는 0.8이었다. 고졸 이하 20대 남성의 만족도는 4.7, 대학 재학 이상 20대 남성은 5.1로, 차이는 0.4였다. 20대의 학력에 따른 행복감의 격차가 성별에 따라 2배로 벌어진 것이다.
행복감을 좌우하는 '상대적 박탈감'도 성별보단 소득의 영향이 컸다. '주변 사람과 비교해 보면 박탈감을 느낀다'는 남성은 34.9%, 여성은 32.2%였다. 남성이 더 예민하긴 했지만, 차이(2.7%포인트)는 크지 않았다. 월평균 가구소득으로 따지면, 200만 원 미만(41.2%)일 경우 박탈감이 가장 컸고, 200만~300만 원(40%), 300만~400만 원(32.1%), 400만~500만 원(33.7%), 500만~600만 원(29.5%), 700만 원 이상(23%) 등의 분포를 그리며 뚝뚝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