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상황에서 어떻게든 국가·지역 간 교류를 잇기 위해 '버블'이란 아이디어가 나왔다. 외부와 차단된 안전권역을 만들어 그 안에서 자유로이 다니고 머물게 한다는 것. 안전막을 씌워 해외여행 재개를 추진하겠다는 게 ‘트래블 버블’이다. 이 버블이 도쿄올림픽에도 적용된다고 한다.
올림픽이 결국 개최되는 분위기다. 일본의 전방위적인 외교로 영국 콘월에서 진행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공동성명에 도쿄올림픽 개최를 지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되며 힘을 얻고 있다. 한시름을 놓은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더 나아가 ‘유관중’ 개최까지 밀어붙이려 한다.
G7이 지지를 한다지만 일본 상황이 크게 좋아진 건 아니다. 신규 감염자 수는 여전히 위협적이고, 백신 접종도 아직 더딘 걸음이다. 일본의 야당들은 15일 “이런 상황에서 도쿄올림픽을 여는 것은 무책임하다”며 스가 내각 불신임안을 제출했다.
올림픽 현장을 방문하는 선수단이나 취재진들은 도쿄올림픽조직위가 정한 행동지침인 ‘플레이북’을 따라야 한다. 2월에 1차, 4월에 2차가 나왔고, 이달 안에 최종판 플레이북이 나온다고 한다. 선수들은 경기장과 연습장, 숙소 등 지정된 장소만 다닐 수 있다. 취재진 또한 조직위가 정한 호텔만 이용해야 하고,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탈 수 없으며, 시도 때도 없이 PCR검사를 받아야 한다. 코로나로 불안한 데다 대회 내내 옴짝달싹 못하게 갇혀 지내야 하니 올림픽 파견을 앞둔 취재진들은 도무지 흥이 나질 않는다고 한다.
코로나 상황에서 여러 스포츠 이벤트들이 버블로 치러진 경험이 있다. 미국의 프로농구 구단들은 지난해 플로리다 올랜도에 함께 모여 리그를 치러냈다. 현재 이탈리아 리미니에서 열리는 발리볼 네이션스리그도 외부와의 접근을 차단한 버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백 명 정도 참가하는 단일 종목에서야 그럭저럭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33개 종목에 선수만 1만 명이 넘는 지구촌 최대 스포츠제전을 한 번에 감쌀 거대한 버블이 성공할지엔 회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선수들만으로도 벅찬데 관중을 들여 폼 나게 치르고 싶은 스가 총리는 감염 상황에 따라 적용되는 자국의 기준에 맞춰 허용 관중 수를 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도쿄도 등에 적용된 긴급사태발령 시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올림픽 전체 관중은 310만 명에 달하게 된다. 운전이나 통역, 경비, 청소 등 올림픽을 돕는 이들만도 연인원 30만 명에 달한다. 선수단과 취재진 등 수만 명을 빠짐없이 버블 안에 가둔다 해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버블막을 들락거려야 하는데 과연 안전할 것이라 장담할 수 있는가.
막대한 수익을 포기할 수 없다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욕심과 대회를 정권 부양에 활용하려는 스가 정권의 정치적 계산이 환영 받지 못하는 올림픽을 열게 만들었다. 독도 문제에서도 드러났듯이 스포츠를 통한 세계평화 증진이라는 올림픽 기본 정신마저 흐트러졌다. 노골적으로 정치적 경제적 잇속을 챙기려는 이번 대회로 올림픽의 부정적인 면모는 더욱 부각될 것이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이번 올림픽이 ‘평화의 제전’이란 올림픽 자체에 대한 기대마저 사라지게 할까 걱정이다. 버블이 터지는 건 순식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