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백신을 둘러싼 괴담이 여전히 퍼지고 있다. 백신 접종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네티즌들은 이를 외려 유머 소재로 삼고 있지만, 때로 이것이 '백신 반대론자'들의 진지한 근거가 되기도 한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는 "부모님이 코로나19 예방 백신을 맞은 후 자성이 생긴 것 같다"며 "동전도 머리핀도 바늘도 붙여 보니 다 붙더라"는 경험담이 돌고 있다.
이 내용이 진짜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많은 백신 접종자들이 '백신을 맞으면 자성이 생긴다'는 내용을 밈(meme·유행)으로 전유해 사용하고 있다.
"백신을 맞은 지 30분째, 아직 동전이 붙지 않는다"거나 "백신을 맞아 자성이 생긴다면, 앞으로 몸에 자석을 붙이고 다니면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는 것이 아니냐"는 식이다.
한 누리꾼은 "자석 루머의 제일 우스운 점은 동전은 자석에 붙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현재 사용되는 주화 중 가장 흔히 쓰이는 500원화와 100원화는 흔히 구리와 니켈의 합금으로 만들어지는 백동으로 자석에 붙지 않는다.
백신 안에 마이크로칩이 숨어 있어 이를 통해 사람의 정보를 원격에서 파악하게 된다는 루머도 눈길을 모으고 있다. 여기에 대해서도 백신 접종자들은 "아직 블루투스가 나를 인식하지 못한 것 같다"며 농담하고 있다.
농담처럼 번지고 있는 '인간 자석' 루머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진지하게 이를 믿기도 한다. 이들은 우리나라보다는 미국에서 흔하고,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백신 반대론자(anti-vaxxer)'들의 주장을 수입해 온 경우다.
9일 미국 오하이오주 의회에서 공화당 의원들의 초청을 받아 연설한 의사 셰리 텐페니는 "인터넷 곳곳에서 백신을 맞고 자성을 띠게 됐다는 주장이 나온다. 열쇠를 이마에 붙이면 붙는다. 숟가락과 포크도 붙는다"고 주장했다. 셰리 텐페니는 '백신을 거부하자'라는 저서까지 있을 정도로 애초에 유명한 백신 반대론자다.
뒤이어 간호사를 자칭하는 조애나 오버홀트는 급기야 자신의 목덜미에 머리핀과 열쇠를 붙여 보이기도 했다. 물론 열쇠는 금방 떨어졌지만 그는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들의 연설은 주의회에서 '신념에 따라 거부하면 백신의 접종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의사가 주의회에서 연설했다는 점 때문에 내용의 '권위'가 높아졌고, 한국으로도 들어온 것이다.
텐페니의 "인터넷 곳곳에서 자성을 띠게 됐다는 주장이 나온다"는 말은 인터넷에서 '마그넷 챌린지(magnet challenge)'라는 유행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면서 나온 것이다.
'마그넷 챌린지'는 유튜브와 틱톡 등 영상 플랫폼에서 백신 접종자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몸에 자석, 동전, 열쇠 따위를 붙이는 영상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피부에 침 또는 오일을 바르거나, 땀이 많이 나서 끈적한 피부에 물건이 붙는 점을 이용한 '농담'이다.
평범한 영상 제작자 가운데서도 이 유행을 진지하게 수용하는 사례는 많다. 틱톡에서 영상을 제작하는 롭 마로코(25)는 자신의 몸에 자석을 붙여보고 붙자 충격을 받는 영상을 올리며 "이거 봐, 나 완전 강한 자석이야"라고 말했다.
하지만 "베이비 파우더를 묻히고 다시 해보라"는 덧글에 반응한 그는 후속 영상에서 "끈적한 피부 때문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겠다"면서 파우더를 뿌린 후 다시 자석을 붙이기를 시도했다. 당연히 자석은 금방 떨어졌다. 그는 "바보였던 점에 대해 사과하고 싶다"며 영상을 마쳤다.
마로코는 후에 뉴스위크 인터뷰에서 "나도 처음엔 꾸며낸 얘긴 줄 알았다. 그런데 여자친구의 모친이 자꾸 자석을 붙여보라고 하더라. 처음엔 진짜 붙어서 진짜로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누구나 인터넷에서 요란하게 떠드는 내용들이 진짜인지 알아보고 싶어한다"며 "나도 속았고, 이젠 주변에 속지 말라고 얘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