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시간만 물 공급'되던 인니 아체, 韓 중소기업이 해결사로

입력
2021.06.14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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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마트라섬 북부아체 지역 물 부족 심각 
며칠 단수, 붉은 지하수… 매일 식수 전쟁 
연말부터 한국 기업이 생활용수 공급

대야, 통, 냄비 등 물을 담을 수 있는 용기는 죄다 동원된다. 마을 공동 수도 앞에서 매일 벌어지는 전쟁 같은 일상이다. 그나마 물이 공급되는 시간은 하루 2~3시간에 불과하다. 며칠씩 단수가 되기 일쑤다. 지하를 파내려 가도 붉은색 물만 나온다. 주부 사리야툴(47)씨는 "먹을 물이 없다"고 한국일보에 호소했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아체특별자치주(州) 북부아체 지역의 현실이다. 가끔 홍수로 물난리가 나고 벼농사를 주로 지을 만큼 물은 풍부한데, 정작 마실 물은 부족하다.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때부터 그랬다"는 게 주민들 증언이다.

일상의 모순은 열악한 정수 시설 탓이다. 정수장은 부족하고 수도관이 연결되지 않은 곳이 많다. 기존 정수장은 낡거나 방치됐다. 62만 주민의 60%가 제대로 물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식수 구매에 들어가는 돈이 상당하다. 물이 공급될 때 생활용수를 최대한 확보하는 게 주요 일과다.

한국의 중소기업이 물 문제 해결에 나섰다. ㈜대진환경산업은 최근 북부아체의 록스(우)마웨시로부터 생활용수 공급 사업을 수주했다. 6개월 전 산업용수 공급 계약에 이어 두 번째다. 폐기된 정수장을 개조하고 보수해 용량을 늘린 뒤 이르면 올해 말부터 매일 산업단지에 1만 톤, 록스마웨시에 2만 톤의 물을 공급하게 된다. 록스마웨시는 이 물을 각 가정에 전달한다.

7년 만의 결실이다. 2014년 해당 지역의 물 부족 해결을 위해 인도네시아 정부가 현지 시찰 등 투자자를 물색했고, 2016년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 나왔다. 이후 인도네시아 경제조정부 산하 '인프라개발촉진위원회(KPPIP)' 한국투자유치담당과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한국 업체를 연결했다. 이병노 대진환경산업 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현지 출장이 막힌 상황에서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등이 아낌없이 지원한 덕에 사업이 성사됐다"고 전했다.

인구 19만 명인 록스마웨시는 여전히 6만 톤 정도의 생활용수가 부족하다. 제 기능을 못하는 노후 정수장이 두 곳 더 있다. 김순구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인도네시아사무소장은 "비점 오염(광범위한 불특정 배출 경로에 따른 수질 오염) 저감 시설 등 우리나라의 첨단 환경 기술을 해외 지역 환경에 맞춰 첫 성공한 이번 사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카르타= 고찬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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