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학기 1200만원 '미인가 국제학교' 운영한 원장 벌금형 확정

입력
2021.06.14 11:02
미국 중·고교처럼 운영... 국내 학력 인증은 안돼
1·2심 "무분별한 미인가학교 설립 막아야" 벌금형

교육당국의 인가를 받지 않고 서울 강남에서 고가의 학비를 받는 미국식 학교를 운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원장에게 벌금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초·중등교육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4일 밝혔다.

A씨는 2018년 7월 서울 강남구에 미국 학력인증기관의 인증을 받은 학교를 설립했다. 110여명의 학생을 모집해 미국 중·고등학교 교육과정에 해당하는 9~12학년으로 나눈 뒤, 평일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영어, 지리, 미국사 등을 가르치고 방과 후에는 동아리 활동도 실시하는 등 '사실상 학교'로 운영했다. 학비는 한 학기당 1,200만원에 달했다.

문제는 학교가 서울시교육감의 인가를 받지 않아 국내 학력을 인증 받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대신 미국 교육평가원(ETS)의 AP시험(대학학점사전이수제도)을 통해 미국 학력 인증만을 받을 수 있었다. 이에 대해 A씨는 "학생들에게 국내 고교 졸업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설명했고, 동의도 받았다"며 학생과 학부모에게 피해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은 "미인가학교를 처벌하는 규정은 국민의 교육에 관한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고 교육의 안정성 및 적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또한 "사립학교 인가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2심도 마찬가지였다. 재판부는 1심 판결을 유지하면서 "미인가학교를 통해 이념적 혹은 종교적으로 편향된 교육을 강요 받거나, 최소한의 교육환경도 갖추지 못한 학교가 무분별하게 난립해 국민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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