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비상 준비 중인 한국형전투기(KF-21)

입력
2021.06.1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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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21 보라매 전투기가 새로운 출발점에 섰다. 지난 4월 출고된 시제기는 각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 KF-21 시제기 제작 성공으로 우리나라는 세계 8번째로 고유모델 최신전투기를 개발한 국가가 되었다. 출고식 직후 미국의 CNN은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뤄온 한국이 항공분야에서도 선진국 클럽 가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짧은 기간에 성과를 냈다는 점이다. KF-21 시제기는 2015년 체계개발 착수 이후, 약 5년간 의지와 땀의 결과물이다. 엔지니어들과 생산 작업자들의 완벽한 제작 공정 덕분에 컴퓨터 속에 있던 가상의 항공기가 마침내 실물로 나타난 것이다. 이토록 짧은 시간에 최신전투기를 개발 완료한 국가는 아직 없다. 선진국 항공업체의 엔지니어들도 기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만족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시험과정과 양산, 실전배치에 이르기까지 갈 길이 많이 남아 있다. 당장 모든 구성품과 시스템에 대한 점검이 진행되는 1년여간의 혹독한 지상시험이 수행된다. 세계의 모든 항공기 메이커는 구성품과 부품을 탈거하여 시험하는 공정을 비밀로 보호한다. 지구촌의 인터넷을 뒤져도 지상시험 관련 사진을 찾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민감한 항공기 내부 구성품들의 노출을 원천 봉쇄하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국민들의 KF-21 전투기에 대한 관심과 지지는 대단히 높은 편이다. 하지만 최근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였다. ‘출고식 직후 분해와 재조립’이라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지금 단계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출고식과 시험 절차에 대한 온전한 이해이다. 출고식은 완전한 형태로 제작된 항공기 실물이 공개되는 자리이다. 출고 이후에도 안전 비행과 성능에 대한 신뢰도 확보를 위한 시험평가는 필수적이다. 이 점은 항공우주 선진국에서도 마찬가지다.

현재 KF-21 시제기는 개발 일정 및 시험 계획에 따라 정상적으로 지상시험이 진행되는 중이다. 필요에 따라 엔진 등 주요 구성품의 장·탈착을 반복한다. ‘전투기 시제기는 엔지니어들이 원하는 만큼 물고(bite) 씹고(chew) 맛보기(taste) 위해 존재한다’는 말도 있다. 결함이나 하자를 최대한 많이 발견하고자 하는 것이 목적인 시험 과정을 불신한다면 국익을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마라톤에 비유하지면 KF-21 개발은 이제 중반 코스에 들어섰다. 남은 코스는 더욱 험난하다. 남아 있는 혹독한 시험평가를 진행할 엔지니어들을 격려해야 할 시점이다. KF-21 전투기가 우리 영공을 웅비하고 세계로 뻗어나갈 원동력은 국민의 애정과 관심이다. 국가 안보를 다지고 항공산업 발전을 이끌 KF-21 전투기의 성공을 우리 국민들이 적극 성원해 주시길 항공우주 엔지니어의 한 사람으로서 간곡하게 부탁드린다.



신상준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