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유명인사다. 기후변화 대처 운동에 나서 이름을 알렸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의 설전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 정도 수식으로도 그의 이름을 떠올리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기후변화 대처 운동의 아이콘이 된 스웨덴 소녀 그레타 툰베리를 모르는 이는 거의 없다. 하지만 과연 우리는 그를 제대로 안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다큐멘터리 영화 '그레타 툰베리'는 우리가 어렴풋이 알았던 그레타의 면모를 세세히 들여다본다.
다큐멘터리는 2018년 8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시작한다. 그레타가 스웨덴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기후위기를 핵심 의제로 삼아달라며 '결석 시위'를 하는 모습이 담겼다. 결말부는 2019년 9월 그레타가 미국 뉴욕 유엔본부 기후정상회의에서 연설하는 모습이다. 시작과 끝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다. 그레타를 세계에 널리 알린 두 장면이기도 하다. 영화는 시작과 끝 사이, 13개월가량의 여정에 상영시간 대부분을 할애한다. 그레타가 남다른 각오로 기후 변화 대처 운동에 나서는 모습, 그에 대한 비판, 그레타의 좌절, 가족과의 일상 등이 스크린을 채운다. 세계가 주목하는 15세 환경운동가의 면모, 어디서든 만날 수 있는 10대 소녀의 평범함이 엇갈린다.
그레타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다. 아스퍼거 증후군 환자는 어느 주제에 관심을 가지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파고들게 된다. 트럼프처럼 그레타를 물고 뜯는 이들은 이 병을 비판 근거로 삼는다. "좌파와 부모의 사주를 받은 정신질환자의 선동을 믿지 말라"는 것인데, 그레타는 "아스퍼거 증후군 사람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지나치다 싶게 기후 문제, 환경 문제에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는 의미다.
영화에서 그레타는 머리를 빗질한다. 긴 머리를 관리하기 위한, 예사로운 행동인데 카메라는 이를 오래도록 비춘다. 그레타는 말의 갈기를 정성스레 빗어 주기도 하고, 반려견의 털 역시 빗질해 준다. 자신의 몸처럼 동물을 살피는 모습이다. 자신과 자연을 동일시하는 그레타의 마음이 담겼다. 환경운동에 대한 그레타의 진심을 알 수 있다. 이 영화가 첫 장편인 스웨덴 감독 나탄 그로스만의 섬세한 시선이 느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역시나 잘 알려졌듯 그레타는 기후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15일간 요트를 타고 대서양을 횡단했다. 그레타 비판론자들은 이를 두고 "쇼"라고 이죽거렸다. 요트라는 이동 수단이 지닌 상징을 활용한 공격이었다. 다큐멘터리는 그레타의 요트 여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맹수처럼 덤벼드는 파도에 작은 보트는 격하게 흔들린다. 그레타는 글씨를 쓸 수 없어 스마트폰에 자신의 하루를 녹음한다. 그는 공포에 전 눈으로 "집에 가고 싶다"고 말한다. 이 장면을 보며 부호나 귀족이나 쇼라는 단어를 떠올릴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레타를 '기후 전사'라 부른다면 이 장면으로 족하다.
영화 도입부엔 기후변화를 음모론으로 취급하는 이들의 여러 목소리가 이어진다. 엔딩 크레디트가 오를 무렵엔 기후변화 위기에 대한 사람들의 우려와 성토가 화면에 포개진다. 그레타의 투쟁이 있었기에 기후변화에 대한 세상의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는 영화적 표현이다.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듯하다. 17일 개봉, 전체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