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골든 그랜드슬램’에 도전할 좋은 위치에 있게 됐다.”
프랑스오픈 남자 단식 우승을 차지하며 올 시즌 두 차례 열린 메이저 대회를 모두 휩쓴 노박 조코비치(1위ㆍ세르비아)의 시선이 이제 남자 테니스 사상 최초의 '골든 그랜드 슬램'을 향하고 있다. 골든 그랜드슬램이란 한 해에 4대 메이저대회 우승(그랜드슬램)에다 올림픽 금메달까지 따내는 매우 힘든 업적이다.
조코비치는 1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끝난 프랑스오픈 테니스 대회 단식 결승에서 스테파노스 치치파스(5위ㆍ그리스)에 3-2(6-7<6-8> 2-6 6-3 6-2 6-4)로 역전승을 거뒀다. 조코비치는 이날 초반부터 절정의 샷을 선보인 치치파스에 밀려 1, 2세트를 내줘 벼랑 끝에 몰렸다. 그러나 노련한 경기 운영과 절묘한 드롭샷 등을 구사하며 4시간 11분의 접전 끝에 롤랑가로스 역사상 길이 남을 역전드라마를 일궈냈다.
이번 우승으로 조코비치는 개인통산 메이저대회 19번째 우승에 성공했다. 호주오픈에서 9회, 윔블던에서 5회 정상에 올랐고 US오픈 3회, 프랑스오픈 2회 우승 경력을 쌓았다. 로저 페더러(세계랭킹 8위ㆍ스위스)와 라파엘 나달(3위ㆍ스페인)이 보유한 메이저대회 역대 최다 우승 기록(20회)에 턱밑까지 다가갔다.
프랑스오픈 우승으로 한 해에 4대 메이저 대회를 휩쓰는 ‘캘린더 그랜드슬램'의 가장 큰 고비를 넘긴 조코비치는 도쿄올림픽 금메달까지 더한 '골든 그랜드슬램'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남자 테니스에서 한 해에 4대 메이저 단식을 휩쓴 사례는 1938년 돈 버지(미국), 1962년과 1969년 로드 레이버(호주) 등 지금까지 세 차례 나온 것이 전부다. 버지와 레이버가 현역으로 뛸 때는 테니스가 올림픽 정식 종목이 아니었기 때문에 4대 메이저에 올림픽 금메달까지 한 해에 5관왕 기록은 남자 테니스에서는 아직 아무도 밟지 못한 고지다.
여자부에서는 슈테피 그라프(독일)가 1988년에 4대 메이저와 서울 올림픽까지 제패해 골든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조코비치도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나는 ‘골든 그랜드 슬램’을 도전할 좋은 위치에 있게 됐다"며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새로운 야망을 드러냈다. 수많은 메이저대회를 석권한 조코비치지만 아직 올림픽 금메달은 없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냈지만 2012년 런던에서는 앤디 머레이,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선 후안 마르틴 델 포트로에게 덜미를 잡히며 메달조차 실패했다.
라이벌인 페더러와 나달은 모두 올림픽 금메달을 보유하고 있다. 페더러는 베이징 올림픽 남자 복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나달은 베이징 올림픽 남자 단식과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 복식 등 총 2개의 금메달을 수확했다. 역대 최고의 자리를 노리는 조코비치가 올림픽 금메달에 대한 욕심을 드러낸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조코비치는 28일 개막하는 윔블던에서 2018년과 2019년에 연속 우승해 올해도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지난해엔 코로나19 때문에 열리지 않아 조코비치는 3연패에 도전한다.
이어지는 올림픽과 US오픈은 조코비치가 강한 하드코트에서 열릴 예정이기 때문에 우승 가능성이 크다. 조코비치는 "우선 며칠 더 프랑스오픈 우승의 기쁨을 즐긴 뒤에 윔블던을 생각하겠다"며 "2018년과 2019년처럼 올해도 계속 좋은 성적을 내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