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관리공단이 지리산국립공원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을 시작한 2000년대 중반, 한 언론사가 일본 홋카이도 동북단 시레토코 국립공원의 야생곰 보호사업을 성공 사례로 소개했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386㎢ 공원 내 원시림과 풍부한 동식물 생태계가 1970년대 개발 열풍에 맞선 주민들의 노력으로 지켜졌고, 그 결과 불곰 개체수도 늘어 값진 관광자원이 됐다는 게 기사 요지였다.
기사는 그 지역에서 이미 멸종한 늑대는 언급하지 않았다. 추운 지역이라 일본 본토 늑대보다 덩치가 큰 '에조 늑대(또는 홋카이도 늑대)'는 곰과 더불어 원주민 아이누족이 신으로 숭배하던 동물이었다. 본토인에 의한 사실상 식민화인 농업 개척이 본격화하면서 원주민과 함께 야생도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 서식지가 축소되고 먹이가 줄어들면서 맹수들은 가축을 공격했고, 인간은 늑대와 곰을 사냥했다. 곰은 명맥을 이었지만 늑대는 멸종했다. 천적이 사라지자 사슴 개체수가 급격히 늘어났고, 숲은 점점 황폐해졌다.
지금도 관광객에게 개방된 시레토코 국립공원 내 나무들은 사슴들이 싹을 뜯어먹지 못하도록 철조망을 치마처럼 두르고 있고, 입구 매점에서는 사슴고기로 패티를 만든 햄버거를 판다. 늑대가 먹다 남긴 초식동물 사체는 크게는 곰에서부터 작은 조류와 미생물까지, 청소동물들의 먹이가 된다. 늑대는 시레토코 생태계의 핵심종(keystone species) 중 하나였다. 만일 늑대가 남아 있었다면 시레토코 곰의 생태계도 훨씬 풍요로웠을 것이다. 1995년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이 회색늑대 복원사업을 시작한 게 그 때문이었다.
동화책을 봐도 그렇지만, 늑대는 인간에게 그리 좋은 평판을 얻은 동물은 아니다. 2차 세계대전 직후 옛소련 키로프 지역에서 3~17세 청소년 22명이 늑대에게 희생된 사건처럼 충격적인 일도 있었다. 1944년 9월 시작된 늑대의 공격은 1953년 6월 17일 끝났다. 물론 이 참변의 원인도 자연의 균형을 깬 인간의 개입(전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