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량 안 지키고 엉뚱한 백신 맞히고...오접종이 속도전 발목 잡을라

입력
2021.06.1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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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서 오접종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용량을 잘못 투여하거나 심지어 예약한 것과 다른 백신을 주사한 경우도 발생했다. 다음 달 접종 대상 확대를 앞두고 의료 현장의 오류가 접종 속도전의 발목을 잡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3분기 접종에 들어가기 전 접종 현장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잇따르는 병원 오류...접종 신뢰도 위기

13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12일 하루 동안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을 마친 사람은 38만6,223명이다. 누적 1차 접종자는 전체 인구의 23%에 달한다. 6일 1차 접종률이 14.8%였던 것에 비해 일주일 만에 8.2%포인트가 증가했다. 2차 접종까지 완료한 사람은 299만2,129명으로, 인구의 5.8%가 됐다.

접종 인원이 늘고 속도도 빨라지면서 동시에 오접종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4일 인천 남동구의 한 병원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정량(0.5㎖)의 절반 정도만 투여했고, 11일 전북 부안군 병원에선 얀센 백신을 정량(0.5㎖)보다 5배나 주사했다. 같은 날 경남 진주의 한 병원에서는 얀센 백신 접종 대상자에게 AZ 백신을 잘못 맞히기도 했다. 지난달에도 통증 완화 주사를 맞으러 온 중학생, 접종 연령 제한 대상자인 30세 미만에게 AZ 백신을 맞힌 일이 있었다.

오접종 피해자들 가운데 현재까진 다행히 건강에 심각한 이상이 나타난 사례는 없었다. 방역당국은 특히 과량을 투여받은 접종자의 경우 발열이나 혈전 발생 등의 이상반응이 생기는지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일이 반복될수록 접종 신뢰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고 집단면역 달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

원인은 의료진 실수·자의적 판단

방역당국은 오접종 사례 상당수가 의료진의 실수나 자의적 판단으로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예를 들어 백신을 과다 투여한 병원에선 한 병에 들어 있는 양을 모두 사용하는 일반적인 주사와 헷갈렸을 가능성이 있다. 또 정량의 반만 주사한 병원에선 만성질환자의 경우 그게 더 효과적이라고 자의적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AZ 백신 임상시험 중 1차 때 절반, 2차 때 정량을 투여했더니 면역 효과가 높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적이 있기 때문이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그러나 “해당 연구는 백신의 용량 때문인지, 접종 간격 때문인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며 "의료기관이 자의적 판단으로 정량 접종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방역당국은 "해당 의료기관의 잔여 백신을 모두 회수하고 접종 업무를 중지시켰다"며 "관할 보건소가 해당 기관과 접종 위탁계약을 해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는 위탁의료기관은 전국 약 1만2,800곳이다. 이들과 위탁계약을 맺고 접종을 관리하는 주체는 지자체다. 홍정익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접종관리팀장은 “관할 지자체에서 오접종 경위를 조사해 고의·과실이 있거나 같은 일이 반복될 우려가 있으면 위탁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의료법 위반이 있으면 그에 따른 벌칙이나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도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형별 실수 대처법, 현장 점검 필수"

현재 위탁의료기관에선 AZ와 얀센 백신만 접종하고 있는데도 이 같은 사고가 생겼는데, 다음 달부터는 접종 대상이 크게 확대되고 백신 종류도 늘어난다. 당국은 7월부터 화이자 백신도 위탁의료기관에서 맞을 수 있게 하겠다는 방침이다. 하반기엔 모더나, 노바백스 백신까지 추가로 들어온다. 백신마다 병당 접종하는 인원 수나 1인당 접종 용량이 다르기 때문에 철저히 준비하지 않으면 혼란이 불가피하다.

현재는 추진단이 제공하는 온라인 교육을 이수한 의료진만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평소 백신 주사 경험이 많지 않은 병·의원에서는 또 오접종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윤 교수는 “위탁의료기관에 접종 과정 중 흔히 발생하는 실수들을 유형별로 알려주고, 각각에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 국민을 시기별로 나눠 여러 종류의 백신을 일제히 접종하는 건 유례가 없던 일이다. 하진 추진단 접종시행2팀장은 "접종 현장에서 헷갈릴 수 있으니 백신 종류별로 냉장고도 구분해서 보관하고 병에 별도로 표시해 놓는 방법을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당국이 지침 배포에 그치지 말고 직접 현장 관리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속도전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지역별로 유통 콜드체인부터 접종 과정 전반을 점검해 오류가 더 나오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소영 기자
임소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