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미국과 러시아 정상이 얼굴을 맞댈 예정인 가운데 양측의 기싸움이 팽팽하다. 바이든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상회담 후 합동 기자회견 대신 각자 회견을 열기로 했다. 껄끄러운 관계가 반영됐다는 평가지만 일각에서는 러시아 측이 자세를 낮추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미 백악관 관계자는 12일(현지시간) 미러 정상회담(16일 스위스 제네바)이 솔직한 분위기에서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러시아 측과 여전히 논의 중이지만 공동 회견이 없을 것임을 밝혔다. 관계자는 “단독 회견은 회담에서 제기된 주제를 ‘자유 언론’과 명확하게 소통할 수 있는 적절한 형태”라며 회견에서 미국과 러시아가 합의할 수 있는 분야, 중요한 관심을 둔 분야 모두에 대한 언급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의 언론 상황이 자유롭지 못함을 꼬집은 셈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도 리아노보스티통신에 푸틴 대통령이 독자 기자회견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은 존슨 영국 총리와도 공동 기자회견을 열지 않았다”면서 “아마 이것이 미국 대통령의 관례인 것 같다”고 불쾌감을 에둘러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푸틴 대통령도 별도로 언론과 만날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미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러시아는 일단 숨고르기에 나선 모습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윌 취임한 후 대(對)러시아 강경책을 펼치며 가시 돋친 발언을 던지고 있지만 감수해야 한다는 입장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11일 일부 공개된 미국 NBC방송 인터뷰에서 양국 관계에 대해 "최근 몇 년 이래 최저점까지 악화한 상황"이라고 언급했지만 공세적 메시지는 자제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바이든 대통령이 (당신을 두고) 살인자라고 한 말을 들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그런 비난을 수십 번 들었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바이든 대통령 재임 기간 충동적인 결정은 없을 것이라고 믿는다"며 바이든 대통령과의 첫 만남에 앞서 기대감을 내비쳤다. 페스코프 대변인도 11일 CNN과 단독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에게 이번 회담의 주된 이유는 최악인 양국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라며 "중대 국면에 도달한 관계의 유일한 돌파구는 정상회담뿐"이라고 말했다.
미국 역시 이번 회담은 구체적 합의보다 양국 간 소통을 위한 창구 마련 측면이 강하다는 입장이다. CNN은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 이번 회담의 목표는 러시아와 안정적이고 예측가능한 외교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지만, 구체적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을 크게 보진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역시 "이번 회담에서 어떤 결과가 도출될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며 "회담을 소통의 기회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