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10명 중 6명 "한국은 여전히 희망 없는 '헬조선' 사회"

입력
2021.06.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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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D-9개월, 세대를 본다]

대한민국 청년 대다수에게 우리 사회는 ‘열심히 노력해도 나아질 희망이 없는’ 헬(지옥)조선이라는 명제가 한국일보 여론조사에서도 여실히 증명됐다. 청년들은 계층 상승의 문이 닫혀 있는 현실에 절망했고, 공정한 경쟁의 기초가 되는 법과 제도를 여전히 불신했다.

한국일보ㆍ한국리서치의 여론조사(지난달 25~27일 실시) 결과, ‘한국은 희망이 없는 헬조선 사회’라는 데 동의한 응답은 전체의 36.9%로 나타났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57.6%, “모르겠다”는 5.5%였다. 평균 답변에선 절반 이상이 한국사회를 부정하지 않았지만, 세대별 응답은 확연히 갈렸다. 20대의 61.6%는 한국이 헬조선 사회라고 단언했다. 30대(48.5%)도 긍정 비중이 절반에 육박했는데, 40대(35.3%) 50대(26.9%) 60대(23.3%)와 비교하면 세대 차가 두드러진다.

청년세대 앞에 놓인 암울한 미래는 자신의 나라를 지옥으로 평가하는 근거가 됐다. ‘10년 뒤 부모에 비해 더 윤택한 삶을 살고 있을 것’이라는 응답(전체 48.0%)은 60대 이상(56.2%)에서 절반이 넘었지만, 20대는 34.2%에 불과했다. 또 20대 다수(54.9%)는 ‘현재 한국의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의 기회를 빼앗고 있다’고 생각했다. 같은 질문에 60대 이상의 33.9%만 “그렇다”고 답한 것과 대조된다.



“계층 상승의 기회가 봉쇄됐다”는 점에는 모든 세대가 동의했다. ‘우리 사회는 계층상승의 기회가 열려 있다’는 질문에 전체의 72.3%가 “그렇지 않다”고 응답한 것이다. “그렇다”와 “모르겠다”는 각각 20.4%, 7.3%에 그쳤다. ‘경쟁의 결과를 좌우하는 것은 부모의 능력’이라는 데도 61%가 동의했다. 세대 차이도 거의 없었다. 많은 국민이 개인의 능력보다 출신 등 배경을 아직도 보상의 중요 척도로 여기고 있다는 의미다.

불공정한 경쟁은 평가의 기초가 되는 법치와 룰을 향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한국에서 개개인의 능력과 성과에 대한 평가가 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느냐’는 질문에 79.9%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경쟁 과정에서 반칙을 범하면 적절한 처벌을 받고 있느냐’는 질문에도 78.1%가 동의하지 않았다.

또 우리 국민의 절반(52.6%)만이 “다시 태어나도 한국에서 태어나고 싶다”고 응답했다. 역시 20대 비중(41.8%)이 가장 낮았다.

조사 방법
이번 조사는 한국일보 의뢰로 한국리서치가 웹조사(휴대전화 문자와 이메일 등을 통한 URL 발송) 방식으로 실시했다. 총 256개 문항을 설계해 △국정 인식 △공정 △안보 △젠더 등 폭넓은 주제들을 다양한 가설을 통해 검증했다. 세대론이 글로벌 이슈로 부상한 만큼, 세대 간 차이 및 세대 내 이질성을 집중 분석했다. 이번 조사처럼 방대한 문항을 묻는 데는 전화조사나 면접 조사에 한계가 있어 웹조사 방식을 활용했다. ①다양한 계층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이메일·문자·카카오톡·자체 개발 앱으로 설문을 발송했고 ②중복 응답을 막기 위해 1인당 조사 참여 횟수를 제한했으며 ③불성실한 응답을 차단하기 위한 모니터링 등을 실시했다. 한국리서치 웹조사 담당 연구진이 조사 전반을 관리해 품질을 높였다. 국승민 미국 오클라호마대 교수와 정한울 한국리서치 전문위원이 조사 설계와 분석에 참여했다. 조사 기간은 5월 25~27일, 대상은 전국 만 18세 성인 남녀 3,000명이고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1.8%포인트다. 2021년 4월 정부 주민등록 인구 기준으로 지역·성·연령별 가중치를 부여했다. 응답률은 14.7%(2만366명 접촉, 3,000명 응답)이다.


정승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