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로 교황청 행정기구의 장관에 임명된 유흥식 라자로 대주교가 앞으로 남북 화해를 위한 임무가 주어진다면 기꺼이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교황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과 관련된 임무를 맡긴다면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이야기다. 교황은 지난 4월 바티칸에서 유 대주교를 만난 자리에서도 방북 의지를 밝혔다.
교황청이 유 대주교의 성직자성 장관 임명을 공식 발표한 이튿날인 12일, 유 대주교는 세종시의 천주교 대전교구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처럼 밝혔다. 대전교구장인 유 주교는 장관 임명과 함께 대주교로 임명됐다. 유 대주교는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중국과의 교류마저 끊겨 고난의 행군이라고 불리는 단계까지 와 있다”면서 “세계의 제재를 받는 상황에서 (세계의) 신뢰가 굳은 교황님을 초청한다면 북한으로서는 굉장히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물론이고 세계 각국과의 불신을 해소하고 대북제재를 해소할 계기가 교황의 방북이라는 뜻이다.
유 대주교에 따르면 이번 임명은 이탈리아에서도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추기경이나 대교구의 대주교가 아닌 극동의 주교가 장관으로 임명됐기 때문이다. 유 대주교는 이탈리아 현지에서 “교황청에서 북한이나 중국과의 관계를 위해서 새로운 장관이 역할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사도 나왔다”면서 교계 안팎에서 그러한 기대가 있다는 사실을 전했다. 유 대주교는 이어서 “남북 분단 이후로 지금까지 색깔논쟁과 극한대립이 벌어지는데 남북이 대화하고 화해하고 평화체제로 들어선다면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면서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해야 할 굉장히 중요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인이 교황청에서 9개뿐인 성(행정기구)의 장관을 맡게 된 것을 두고 유 대주교는 교황청에서도 아시아 사목의 중요성과 한국 천주교회의 위상을 인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 대주교는 지난 4월 교황을 만난 자리에서 “교황님께서 ‘교황청에 아프리카 출신 장관이 둘이나 있는데 아시아 장관은 하나뿐’이라고 하시면서 ‘주교님이 오시는 게 가장 적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말씀했다”고 설명했다.
유 대주교는 7월 말 로마로 떠나 8월부터 업무에 착수한다. 유 대주교는 한국과 아시아의 상황은 어느 정도 알고 있지만 로마나 세계의 상황은 모르는 부분이 많다면서 “교황님과 전문가들과 대화하면서 사제들이 기쁘고 행복하게 자기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장애가 있다면 없애고 세계적 불균형을 찾고 해소하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