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1일 과거 사법연수원 시절 자신에게 술을 따르라고 요구하며 뒤통수를 때린 고위직 법관이 이후 대법관까지 지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전날 법사위 현안 질의에서 "예전에 사법연수원에 다닐 때 고위직 법관이 제 뒤통수를 치면서 술을 따르라고 했다"고 언급했다.
이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서 자세한 내용을 밝혔다. 그는 해당 사건을 언급하면서 "20년 전에 사과를 받아야겠다고 저항을 했고 조직적으로 '사과받겠다고 하지 말라, 조직에 해가 된다' 이런 식으로 압박을 많이 했다"며 "정신적으로 크게 힘들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거의 한 달을 버티면서 사과하지 않으면 언론에 내겠다고 했더니 (당사자가) 결국 와서 사과는 했다. 하지만 그분(당사자의 후배 법관)들은 '그래, 너 잘났다'는 식으로 냉대하더라"고 말했다. 결국 이 의원은 당시 사법연수원을 1년 쉬었고, 해당 법관은 대법관까지 지냈다.
그는 성추행 피해를 보고 자살한 고(故) 이모 중사의 경험도 비슷했을 것으로 여겼다. "조직적으로 회유하고 은폐하려고 하면 본인으로서는 고립감, 무기력감을 느끼고 그 조직에서 더는 있어야 할 의미를 찾을 수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이어 "상당수분들이 성폭행 피해를 보고도 신고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분들한테 제일 중요한 건 우리가 지금 고통을 공감하고 있다, 그리고 연대한다는 뜻을 보여드리는 것이라 생각해서" 자신의 경험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이날 인터뷰에서 공군의 성범죄 대응 체계를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이갑숙 양성평등센터장에 대해서는 "문책은 당연히 받아야 한다. 제일 중요한 자리에 있었고 피해자 분리 보호 조치, 가해자 형사 처벌까지 책임져야 했는데 그 역할을 한 달 동안 방기했다"고 비판했다.
피해자가 2개월 청원 휴가를 냈음에도 장소를 관사 내로 설정한 점도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피해자를 관리를 하려 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면서 "부모님들과 같이 있었다면 극단적인 선택까지 가지 않았으리라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피해자를 대변해야 했지만 부실 대응 지적이 일고 있는 국선변호사에 대해서도 "공군이 수가 적으니, 친한 사람들끼리 한 방에서 검사 하고, 판사 하고, 변호사를 한다고 한다"며 "잘될 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성폭력특례법에 따른 전담 재판부, 검사, 경찰관을 두는데 군사법원에도 이런 전담 재판부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성범죄 대응) 매뉴얼도 훈령도 다 있었는데 전혀 작동이 안 됐고, 그게 반복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는 건 총체적 문제"라면서 "제도 개혁을 반드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