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소수민족 인권 탄압 실태에 대한 새로운 증거를 담은 보고서를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가 10일(현지시간) 공개했다. 무슬림 소수민족을 강제 수용 중인 수감시설은 광범위한 고문을 비롯, 온갖 종류의 인권침해가 펼쳐지는 ‘지옥도’나 다름 없다는 게 보고서의 주된 골자다.
영국 일간 가디언과 아랍매체 알자지라 방송 등에 따르면, 앰네스티는 이날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신장위구르 자치구 수용소에 수십만 명의 위구르족이 수감돼 있으며 일부는 끔찍한 고문까지 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장위구르 자치구는 중국 내 소수민족 위구르족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이들은 대부분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이다. 중국 당국은 ‘갱생 교육’을 명분으로 내세워 위구르족 무슬림을 강제 수용하는 등 인권 억압 정책을 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폭로된 가장 대표적인 고문 실태는 이른바 ‘타이거(Tiger) 의자’다. 족쇄와 수갑이 달린 강철 의자에 사지를 묶음으로써 앉아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고통을 느끼도록 하는 의자인데, 일부는 72시간 이상 묶인 채 신문을 당한 끝에 사망에 이르렀다는 피해자 진술도 나왔다.
보고서엔 인권유린의 새로운 증거 50여개가 담겼다. 구타와 폭행, 세뇌, 고문 등이 일상이었고, 잠을 재우지 않는 일도 빈번했다. 이동할 땐 손발을 묶고 두건으로 눈을 가렸으며, 재소자를 과밀 수용하기도 했다. 일부 수감자는 앰네스티에 “몇 시간 동안 같은 자리에 꼼짝 않고 앉아 있거나, 무릎을 꿇고 있어야 했다”고 증언했다. 종교 활동과 모국어 사용은 원천 금지됐고, 중국어 및 공산당 선전 강의엔 강제로 참석해야 했다고 한다.
아녜스 칼라마르 앰네스티 사무총장은 “중국이 신장 위구르에 충격적인 규모의, 참혹한 지옥 같은 곳을 만들어 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고문 등 피해를 받고 있다는 건 인류의 양심에 큰 충격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앰네스티는 신장의 무슬림ㆍ소수민족 수용소를 폐쇄하고, 유엔이 국제법상 범죄 혐의가 있는 이들을 조사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중국의 인권탄압 실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 4월 영국 하원에선 ‘중국이 신장 위구르족과 기타 소수 민족에 대량 학살을 저지르고 있다’는 내용의 발의안이 통과됐다. 또 최근 들어 서방국가 일부 정치인을 중심으로 내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여전히 신장위구르 인권탄압 의혹에 ‘모르쇠’로만 일관하고 있다. 중국은 “수용소는 중국어 수업과 직업 교육을 지원하고 종교적 극단주의에 맞서기 위해 고안됐을 뿐”이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