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사고 나서야 정부, 8개월 썩힌 '건설안전특별법' 꺼낸다

입력
2021.06.1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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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발의 ... 국토부·고용부 '밥그릇 싸움'에 밀려

광주 재개발 건물 붕괴 참사 등 건설현장에서 대형사고가 나자 정부는 관련 책임자들을 처벌할 수 있는 '건설안전특별법'을 만들기로 했다. 인명사고를 내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을 때 시공사는 물론, 발주처와 설계, 감리 등 공사 참여자 전반에 대해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한 법안이다.

하지만 이 건설안전특별법은 8개월 만에 재상정되는 법안이다. 이제야 다시 논의되는 건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 간 '밥그릇 싸움' 때문이었다. 지금 만들어진다 해도 광주 사건에는 적용할 수 없다. 부처 이기주의로 인한 뒷북대응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당정, 건설안전특별법 이번주 재발의

13일 국회에 따르면 정부 여당은 작년 9월 발의한 건설안전특별법의 일부 조항을 수정한 뒤 이번 주중 같은 이름의 새 법안을 발의키로 했다. 이 특별법의 핵심은 건설공사 전 과정에 참여하는 모든 주체들에게 안전관리 책임을 부여하고, 이를 지키지 않아 산재를 포함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형사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올해 초 통과돼 내년 시행 예정인 중대재해처벌법이 산재 사건을 중심으로 시공책임자만 처벌할 수 있다면, 특별법은 공사 현장에서 벌어지는 인명사고에 대해 시공책임자뿐 아니라 설계·시공·감리 사업자 모두를 처벌할 수 있다.

이 법안이 마련된 것은 지난해 4월 경기 이천 물류창고 사고 때문이었다. 이 사고로 38명의 근로자가 숨지자, 건설현장 사망사고만큼은 어떻게든 막아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이 때문에 강력한 법안이 발의될 수 있었다.

고용부·국토부 '밥그릇 싸움'으로 8개월 표류

하지만 이 법안은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난관에 부딪혔다. 건설현장의 안전관리 문제다 보니 고용부와 국토부가 충돌했기 때문이다. 고용부는 '부실시공 여부 등 건설품질을 감독하는 국토부가 산재예방 권한까지 갖게 된다'며 특별법을 반대했다. 근로자의 안전 문제는 고용부 소관이고 시설물 안전 문제는 국토부 소관인데, 산업안전보건법보다 우선하는 특별법이 생기면 이 경계가 무너진다는 게 고용부 논리였다. 국토부는 '시설물과 근로자 안전은 불가분의 관계'라고 맞섰다.

이 문제는 최근에야 해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공사현장에서 산재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지난달 28일 김부겸 국무총리가 '건설안전특별법의 조속한 제정'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법안을 대표발의한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기본적인 현장 근로자의 안전대책에 대해선 산업안전보건법을 우선하되, 특별법이 다루는 영역에 대해선 국토부 권한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접점을 찾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한발 늦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국토부 관계자는 "특별법이 통과됐다면 이번 광주 사고의 경우 발주자나 감리자에게까지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었을 것"이라 말했다.

노동계 "중대재해처벌법도 보완하라"

노동계에선 이제라도 만들어진다면 다행이란 반응이다. 전국건설노동조합 관계자는 "건설안전특별법은 건설현장 전반을 아우르는, 안전에 대한 책임과 역할을 분명히 한 법안이라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며 "광주 사건을 보면 너무 늦었지만, 그래도 만들겠다니 다행이긴 하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이와 더불어 '중대재해처벌법도 보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대재해법이 시행된다고 해도 이번 광주 사건처럼 건축물 종사자나 이용자가 아니라 지나가는 행인이 다친 경우는 처벌이 어려울 수 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중대재해법에 '시민재해' 규정이 있지만 대중시설 이용에만 한정돼 있어 이번처럼 재개발 현장일 경우 빠져나갈 구멍이 있다"고 지적했다.

유환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