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7개국(G7) 정상들이 2023년까지 전 세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10억회 접종분을 기부하기로 뜻을 모았다. 그간 백신을 '싹쓸이'했던 이들 국가가 공여에 나서면서 지구촌에 만연하던 부국과 빈국 간 백신 불균형 및 접종 격차도 다소 해소될 수 있을 전망이다.
10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G7 정상회의 개최를 하루 앞둔 이날 "정상들이 코로나19 백신 생산량을 확대하고 국제 배분 계획 등을 통해 최소 10억회분을 세계에 공급하는 내용에 합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일부 언론이 G7 공동성명 초안을 입수, 공개한 내용을 영국 정부 수장이 공식 언급한 것이다.
이 가운데 영국은 내년까지 최소 1억회분을 기부한다. 약 80%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백신 공동구매·배분을 위한 국제 프로젝트 '코백스(COVAX)'를 통해 전달될 예정이다. 올해 9월까지 우선 500만회의 백신 여유분을 빈국에 보내는 게 영국 정부의 목표다.
정상회의 참석차 영국을 방문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역시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백신 5억회분 기부를 공식화했다. 먼저 8월부터 연말까지 2억회분을 보내고 나머지는 내년 상반기까지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대상국은 92개 저소득 국가와 아프리카연합(AU)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글로벌 파트너들과 협력해 전 세계가 이 전염병 대유행에서 빠져나오는 걸 도울 것"이라며 다른 나라 지도자들도 백신 공유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2차 대전 당시 미국 디트로이트 지역 노동자들이 파시즘을 물리치기 위해 '민주주의의 무기'인 탱크와 비행기를 제조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제 미국의 새로운 세대는 평화와 보건, 안정성의 적인 코로나19를 물리치기 위한 '새로운 무기'를 만들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 입장을 환영한 뒤 "유럽연합(EU)도 최소한 미국과 같은 수준의 포부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힘을 실었다.
그간 선진국들은 자국민 우선 접종 원칙을 내세워 백신을 독식한다는 비판 속에 국제사회로부터 백신 공유 압력을 꾸준히 받아 왔다. 특히 미국의 경우, 자국이 개발한 백신을 해외에 배포해 온 중국(시노백)이나 러시아(스푸트니크V)와 비교할 때 '백신 외교'에서 뒤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미국과 영국 등의 백신 기부 발표는 자국 접종률이 50%를 넘긴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감염병 극복을 위한 노력을 부각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이번 G7 정상회의에서도 백신 격차 해소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종식 방안이 주요 의제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