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아이 낳을 건가요”, 구태 면접 질문에 잘나가던 中 업체 뭇매

입력
2021.06.13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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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토이 업계 선도 '팝마트', 성차별 질문 논란
"여성 소비자 덕에 돈 벌었는데 배은망덕" 질타
회사 급성장 과정에서 관리 소홀, 경영진 사과


“조만간 아이 낳을 계획이 있나요?”

중국 업체 면접 과정에서 등장한 질문이다. 여성 채용자에 한해 이 같은 내용을 물었다. ‘향후 몇 년 안에’ 출산할 것인지도 알리도록 했다. 성차별은 물론 사생활과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해당 업체의 정체가 드러나자 여론이 더 들끓었다. 아트토이(디자이너의 작품을 3D 형태로 제작한 피겨(피규어)의 일종) 업계를 선도하는 ‘팝마트(泡泡瑪特)’에서 벌어진 일이다. 구매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블라인드 랜덤 박스’를 2016년 선보여 대박을 터뜨리면서 업계의 판도를 바꾼 회사다. 전국 오프라인 매장은 200개 가까이 늘었고 62개 도시에 설치한 자판기는 1,000개를 넘어섰다. 창사 10년 만에 세계 20여 개국에 진출해 지난해 순이익 5억9,000만 위안(약 1,028억 원)을 거뒀다. 시가총액은 1,051억 홍콩달러(약 15조 원)로 불어났다. 팝마트가 새로운 유형의 소비를 주도하면서 지난해 중국 아트토이 시장 규모는 294억8,000만 위안(약 5조1,389억 원)으로 팽창했다.


펑파이 등 중국 매체들은 “팝마트의 비약적 성장은 주요 소비층인 여성들 덕분”이라고 지적했다. 회사전체 직원 가운데 여성은 69%, 최근 6개월간 신입사원의 여성 비율은 75%에 달한다. 하지만 채용 과정에서 시대착오적인 내용을 물어볼 만큼 성평등에 대한 인식은 턱없이 낮았다.

소비자들은 “배은망덕하다”며 불쾌감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회사가 쌓아온 ‘친구’ 같은 이미지는 졸지에 ‘꼰대’로 변질됐다. “최소한의 인간적 배려조차 없다”, “구직 여성들의 열등감을 조장한다”는 격한 반응이 터져 나왔다. 중국 정부가 저출산의 늪에서 벗어나려 ‘세 자녀’ 출산을 전격 허용하며 여성들의 눈치를 살피는 민감한 시기에 촉망받는 업계 대표주자가 찬물을 끼얹는 셈이 됐다.


파장이 커지자 팝마트는 4일 사과문을 내고 “채용서류를 시정하라는 본사 지침을 계열사에서 제때 따르지 않아 발생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경영진은 지난 수년간 회사가 급성장하는 과정에서의 관리상 문제를 적극 개선해 나갈 것”이라며 “여성 소비자가 많은 우리 회사는 항상 여성을 존중한다”고 머리를 숙였다.

중국도 다른 국가들처럼 취업 과정에서 성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처벌이 약해 이런 사례가 재발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여성의 권익 침해에 대한 시정명령을 어길 경우 기껏해야 5만 위안(약 871만 원) 이하 과태료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일자리에 비해 구직자가 훨씬 많아 고용주의 부당한 요구를 감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장팡(張芳) 베이징 녹색금융 및 지속발전연구원 자문은 “기업의 경쟁력에 미치는 평판과 가치관, 관리이념의 영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조언했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