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에 이어 또다시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물가상승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저효과로 어느 정도 예상됐지만, 그 정도가 전망치를 상회해 인플레이션 우려도 함께 커지는 중이다. 이에 미국의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 압력을 받아 금리 인상이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에 시동을 거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미국 노동부는 10일(현지시간)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해 동월 대비 5% 올랐다고 발표했다. 이는 2008년 8월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지난달에도 CPI가 4.2% 증가하며 신기록을 세웠는데, 한 달 만에 그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하고 산출하는 근원 CPI도 3.8% 상승해 1992년 이후 29년 만에 최대 상승률을 보였다.
올해 물가상승은 지난해 코로나19 봉쇄조치로 인한 기저효과로 대부분이 전망했던 상황이었다. 다만 물가는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 5월 CPI 상승률(5%)은 미 일간 월스트리트 저널(WSJ)의 전망치(4.7%)를 뛰어넘었고, 지난달 상승률(4.2%)도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3.6%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이에 최근 제기된 인플레이션 우려도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WSJ는 "수요 증가로 원자재 가격과 임금 상승에 직면한 기업들이 그 비용을 소비자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지속적인 물가 상승을 예측했다. 제프 하머닝 제너럴 밀스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투자자 콘퍼런스에서 "우리가 보고 있는 인플레이션 압력은 상당하다"며 "지난 10년간 우리가 본 것보다 아마 더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준이 돈줄 죄기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WSJ는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높다면 연준이 통화정책을 강화하는 등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연준은 일단 최근의 물가상승을 수요 증가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단 연준이 2일 공개한 경기동향 보고서에서 "미국 경제가 완만하게 성장하고 있으나 예전보다 다소 속도가 빨라졌다"고 언급해 금리 인상이나 테이퍼링으로 출구전략을 마련하는 것 아니냐는 시장의 예측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