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위기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는 시대에, 문화·예술 분야에서는 유독 환경오염을 줄이려는 시도가 부족했던 것 같아요. 환경 전시를 기획하게 된 이유가 여기 있어요.”
미술관에 ‘제로 웨이스트’ 실험을 도입한 이가 있다. 현재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지속 가능한 미술관: 미술과 환경’ 전시를 기획한 최상호 학예연구사다. 해당 전시는 전시를 위한 모든 과정이 친환경 실천 방안에 따라 만들어졌다. 최 연구사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미술관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흰 벽을 철거하면 석고벽이나 합판이 나오는데, 이는 재활용이 어려워 그대로 버려진다. 일반적으로 국공립 미술관 전시를 하고 나면 트럭 4대 분량의 폐기물이 나온다”며 해당 전시를 기획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실제 지속 가능한 미술관 전시에 가면, 전시장 한편에 쌓인 쓰레기 더미를 볼 수 있다. 전시 후 나오는 폐기물을 그대로 전시해두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최 연구사는 “미술관에 오면 깨끗한 흰 벽에 아름다운 작품이 걸린 것을 볼 수 있는데, 그 이면에는 이처럼 파괴적인 행위가 일어나고 있음을 동시에 부각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작품을 걸 벽을 기존 전시장에서는 볼 수 없었던 거친 나무판을 사용해 진행했다. 원래는 여기에 합판과 석고벽으로 마감한 것을 써왔지만, 폐기물을 최소화하기 위해 뼈대 역할로 만들어진 것을 벽으로 활용한 것이다. "전시에 사용한 벽은 전량 수거해 재사용할 겁니다. 나사, 못, 철사와 같은 부속 등 일부를 제외하면 폐기물은 거의 남지 않을 예정입니다.”
작품 설명문은 섭외한 캘리그래퍼가 이면지에 쓴 손글씨로 대체했다. 잉크 사용량을 줄여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인쇄로 했다면 하루 만에 끝났을 일이 일주일 넘게 걸렸다.
물론 이 같은 시도는 작품을 대중에게 선보이는 작가들에게는 달가운 일만은 아니다. 깔끔한 벽도 없고, 영상 작품을 위한 스크린조차 없어 작품을 보여주는 데 최적화된 공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 연구사는 “그래도 ‘앞으로 자원을 많이 쓰는 전시에 참여하는 게 조심스러워질 것 같다’는 말을 해주시는 분들도 있어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관람객은 이 전시를 어떻게 소화하길 바랄까. “현실적으로 실행 가능한, 동시에 사회적으로 적합한 행동을 촉구하기 위한 시도로 봐주셨으면 해요. 우리 모두가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