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유상철 조문 못 가자 쏟아진 악플…역습 나선 아내

입력
2021.06.09 20:30
누리꾼들, 박지성 아내 유튜브 채널에 화풀이 
박지성 부부 영국에 있어 조문 불가능 
아내 김민지 "폭력에 장단 맞출 마음 없다"

프로축구 K리그 전북 현대 어드바이저인 박지성 전 축구선수가 난데없이 악플(악성 댓글) 세례를 받고 있다. 췌장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전 국가대표 선수인 고(故) 유상철 전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 장례식에 나타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박지성·김민지 부부는 영국에서 거주 중이라 장례식에 올 수 없다.

박지성에 대한 비난은 그의 아내인 김민지 전 아나운서 유튜브 채널에 쏟아졌다. 박지성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하지 않기 때문에 박지성에 대한 비난 글을 올릴 수 있는 곳이 김 전 아나운서의 유튜브 채널이기 때문이다.

김 전 아나운서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김민지의 만두랑'에 올린 가장 최근 영상은 지난달 28일 자로, 누리꾼들은 이 영상에 박지성을 비판하는 댓글을 달았다. 축구계 인사들이 조문을 하며 유 전 감독을 애도하는데 박지성은 추모 대열에 합류하지 않았다는 게 이유다.

누리꾼들은 "박지성이 인간이냐", "조문은커녕 추모 메시지나 근조 화환조차 안 보내느냐", "(2002년 한일 월드컵 국가대표 감독이었던) 거스 히딩크 전 감독도 추모 메시지를 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박지성은 영국에 거주 중이라 빈소에 갈 수 없다. 즉시 귀국한다고 해도 14일간 자가격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조문 자체가 불가능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지침 상 외국에서 입국한 사람은 14일간 의무적으로 자가격리해야 한다. 이에 일부 누리꾼들은 악성 댓글을 다는 누리꾼들이 마녀사냥을 하고 있다며 자제를 요구했다.

김민지 "슬픔을 증명하라니 이상한 소리 말라"


그러나 악플 공격이 계속되자 김 전 아나운서는 "슬픔을 증명하라는 것이냐. 도대체 어떤 세상에서 살고 계신 거냐"며 악성 댓글을 단 누리꾼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김 전 아나운서는 9일 유튜브 채널에 올린 장문의 글에서 "응답할 필요를 느끼지 못해 별다른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며 "남편이 어떤 활동을 하든 문제가 없는 개인의 영역을 누군지도 모르는 그분들에게 보고해야 할 이유가 저에게나 남편에게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의를 강요하는 누리꾼들의 행동을 '폭력'이라고 비판했다. 김 전 아나운서는 "'○○○에게 진실을 요구한다'는 돌림노래 역시 그저 대상을 바꿔 반복하는 폭력이라는 것을 안다"며 "그런 장단을 맞출 마음이 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슬픔을 증명하라고요. 조의를 기사로 내서 인증하고, 조화의 인증사진을 찍으라고요"라고 반문하며 "제발 이상한 소리 좀 하지 마세요"라고 적었다.

한편 유 전 감독은 7일 췌장암 투병 끝에 향년 5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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