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성추행 피해 부사관 사망사건'을 계기로 9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현안보고에서 육군이 "우리는 공군과 같이 성추행 사건 수사를 지연시킨 적이 없다"고 답변했다가 뒤늦게 정정했다. 사회를 맡은 국방위 여당 간사인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조사 과정을 거쳐 답변과 다른 사실이 드러나면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하자, "보고 받은 범위 내에서"라며 슬쩍 입장을 바꾼 것이다.
문제의 답변은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이 남영신 육군참모총장과 부석종 해군참모총장에게 "이번 사건이 90일이 넘도록 해결이 안 되고 있다. 육군과 해군에서는 이렇게 (성추행 사건이) 무능하고 해괴하게 지연된 사례를 보신 적이 있느냐"는 질의에서 나왔다.
남 총장과 부 총장은 각각 "이런 일이 없었다"고 답했다. 공군에서도 비슷한 답변이 나왔다. 지난 4일 자진사퇴한 이성용 전 공군참모총장 대신 출석한 정상화 공군참모차장은 "(이전에는 공군에도)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각 군 수뇌부가 이번 사건을 '지극히 예외적인 사건'으로 여기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대목이다.
기 의원이 "일반 상식으로 봤을 때 이런 사안이 처음일 리가 있겠느냐"며 "이런 사례가 한 번도 없었다는 발언을 책임질 수 있느냐"고 되묻자, 남 총장은 "이렇게까지 사연이 지연된 사실이 있다면 책임지겠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이어 부 총장과 정 차장도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나 답변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남 총장은 "방금 전 한 발언을 정정하겠다"며 "제가 보고 받은 범위 내에서는 지연된 사건이 없다는 것을 말씀드렸다"고 한발 물러섰다.
통상 국방위 현안보고에 육·해·공군 참모총장은 참석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는 이번 사안의 심각성과 국민적 공분을 감안해 전원 출석을 통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