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도쿄올림픽 참가가 끝내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관계 개선의 전기를 마련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처럼 도쿄올림픽을 임기 말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 동력으로 삼으려 했던 문재인 정부의 ‘어게인(Again) 평창’ 구상에도 적지 않은 차질이 예상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8일(현지시간) 북한에 할당된 올림픽 출전권을 재배분하겠다고 밝혔다. 공식 종목의 출전권을 얻지 못하면 국제종합경기대회 참가가 불가능해 사실상 북한의 불참을 기정사실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서 북한은 4월 6일 체육성이 운영하는 ‘조선 체육’ 홈페이지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도쿄올림픽 불참 입장을 밝혔다. 다만 공식 채널이 아니었던 만큼 IOC는 그간 꾸준히 대화를 요청했으나 북측이 응하지 않았고, 결국 다른 국가에 북한이 따 놓은 출전 쿼터를 주기로 했다. 북한이 하계올림픽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건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33년 만이다.
정부 입장에선 북한의 선택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나면서 남북관계도 급격히 얼어붙었다. 지난해 6월에는 북측이 남북 연락사무소까지 폭파해 양측 소통 창구가 모두 사라졌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비정치 영역인 도쿄올림픽을 평창의 영광을 재현하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의 불씨를 살릴 수 있는 호기로 봤다.
하지만 올림픽 불참으로 정부는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낼 다른 선택지를 고민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현실은 녹록지 않다. 통일부 당국자는 9일 “북한이 남북 간 연락채널을 전부 끊은 뒤 판문점 연락채널도 사실상 중단됐지만 평일 매일 오전 9시 북측에 신호음을 보내고 있다”며 “유의미한 응답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정부는 끝까지 북한의 올림픽 참가 끈을 놓지 않는 동시에 민생 분야를 위주로 다른 협력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도쿄올림픽 엔트리 마감시한인 내달 5일까지 북한의 변화를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제행사가 반드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에 필요한 조건은 아니다”라며 “코로나19 상황에 따른 보건 및 식량문제를 포함한 민생 협력 등을 구상 중”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1년도 채 남지 않은 문 정부 임기 내에 남북관계의 획기적 전환점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북한은 아직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를 완벽하게 이행하겠다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메시지에 대해 전략적 결단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북중교역이 활발해지는 등 형편이 딱히 나쁘지 않아 새 남측 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지켜보거나, 전략 도발을 감행하는 방안을 놓고 장고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