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강 뒤집는’ 복분자, 면역력 강화 효과 정말 있었네

입력
2021.06.12 09:10
아주대 첨단의료바이오 ICC 센터 연구팀, 인체 백혈구 실험 결과

복분자(覆盆子·Rubus coreanus MIQ)는 이것을 먹으면 소변 줄기가 강해져 요강을 뒤집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음력 5월에 익은 열매가 검붉은색을 띠므로 오표자(烏藨子)ㆍ대맥매(大麥莓)ㆍ삽전표(揷田藨)ㆍ재앙표(栽秧藨) 등으로도 불린다.

<본초강목(本草綱目)> 등 옛 문헌에서는 복분자를 발한·해열과 강정·강장제로 소개하고 있다. 특히 복분자를 먹으면 정액과 소변의 양이 많아진다고 해서 정력제로 사용돼 왔다. 복분자에 함유된 항산화 성분인 폴리페놀, 비타민 C 등이 혈관 내벽을 손상하고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주범인 활성산소를 제거함으로써 건강을 증진시키지만 이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미미했다.

그런데 복분자에서 추출한 기름(복분자 종자유)이 실제로 면역력을 높이고 암세포까지 사멸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김수동 아주대 첨단의료바이오 ICC 센터장과 박동욱 첨단의료바이오 ICC 교수 연구팀은 "국내산 복분자씨에서 추출한 기름(복분자 종자유)을 인체 백혈구에 투여한 결과, 사이토카인의 일종인 '인터페론 감마(IFN-γ)'가 대조군보다 26% 정도 늘어났다"고 밝혔다. 사이토카인(cytokine)은 인체의 면역 체계를 제어하고 자극하는 신호물질이다.

김 센터장 연구팀은 또한 "복분자 종자유를 투여한 인체 백혈구에 암세포를 집어 넣은 결과, 암세포가 절반가량이나 사멸했다"고 했다.

연구팀은 연구를 위해 복분자 종자유 0.2㎕(마이크로리터ㆍ100만 분의 1L)를 50분의 1로 희석한 10㎕를 T세포ㆍB세포ㆍNK세포ㆍ수지상세포 등 면역 세포의 집합체인 백혈구에 투여했다.

그 결과, 병원균과 암세포를 제거하도록 명령하는 사이토카인의 일종인 인터페론 감마가 대조군보다 25.8% 늘었다.

연구팀이 역시 같은 양으로 희석한 10㎕의 복분자 종자유를 섞은 백혈구에 암세포에 투여한 결과, 암세포가 48.2% 사멸해 대조군(32%)보다 16% 포인트 더 많이 암세포를 제거했을 뿐만 아니라 면역세포인 NK세포의 양은 6% 정도 늘었다.

연구를 주도한 김수동 ICC 센터장은 “이번 실험 결과로 복분자 종자유가 인체 면역세포를 활성화해 면역력을 높일 뿐만 아니라 NK세포 숫자도 크게 늘려 암세포를 제거하는 능력도 높였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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